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정일 코드 (North Korea: Another Country) - 브루스 커밍스 作
    독후감 2012. 1. 3. 22:54

    <김정일 코드>라는 유치한 제목과 지하철 가판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옐로우지 시사지를 연상시키는 조잡한 표지에 속지 말자. 여기에는 '브루스 커밍스'가 있다. 이 책을 단박에 결정하게 된 것은 바로 '브루스 커밍스'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는 일찌기 수정주의라는 명명하에 <한국 전쟁의 기원>으로 80년대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학자이다. 당시 한국전쟁의 기원을 단순한 북한의 침략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당시 미소간의 국제주의적 대결 그리고 한민족내의 민족주의적 충돌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획기적인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료는 대단히 충격적인 동시에 객관적인 것이었다.

    더욱이 후에 쓴 <한국현대사>를 통해 한국사에 대한 안목을 넓혔음은 물론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되고 특히 북한의 남침 의도가 명확해지는 사료를 토대로 지난 <한국 전쟁의 기원>의 관점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학자다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학자적 성실함을 바탕으로 올곳하게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실증주의적 면모는, 어떤 면에서는 리영희 선생의 저작에서나 느껴지던  우상과 신화를 깨나가는 감동이다. 따라서 그 대상이 북한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신뢰할만하다는 기대를 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다.

    이 책을 통해 크게 두가지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6.25 전쟁이 북한에 미친 영향이다. 위 두가지는 사실 연관되어 있지만 주요하게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전의 독립운동 과정에서 북한의 위상에 대해 아는 점이 부족하다는 것과 해방 이후 현재의 북한의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전쟁과 미국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예전과 같은 권력자의 필요에 따른 반공주의 관점이 많이 벗겨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아는 북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또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독재국가라고 인식된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은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배경을 따져보면 분명 이해할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북한 사회구성체 형성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외적으로는 해방이전에는 일본제국이며 해방이후에는 미국으로 대체되었다. 내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맑시즘의 변형인 주체사상 그리고 조선의 왕정 체제와 이를 떠받들었던 성리학적 사회체계와 기묘한 조합이다. 

    "북한은 일제의 청산이라는 점에서는 한국보다 정통적이고 탁월합니다. 후세의 사가(史家)들도 그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중략)..북한은 아직까지 조선조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북한은 철저한 이씨왕조의 연속입니다. 현대 한국사회를 이해하려면 조선사회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조선왕조는 집중적 관료체제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고, 유교문화와 관련이 있지요. 북한을 볼 때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연속선 위에서 보아야 합니다. 김일성은 일종의 왕입니다. 우리가 김일성을 볼 때는, 그것을 유지시키는 우리 민족의 멘털리티에 초점을 맞춰봐야 합니다. 이 멘털리티야말로 조선조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  도올 김용옥, <김용옥/김영삼·김대중은 끝나가는 역사의 마지막 장식물(2)> 중 

    지금의 북한은 어떤 면에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에서 처럼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조선'의 계승국이라고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항일투쟁의 선조에겐 미안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북한은 오히려 조선조로 퇴행한 면이 있다. 물론 70년대까지 북한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자체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미국의 한국전쟁을 통한 직접 타격과 그 이후로 계속되는 전쟁 위협은 조선조의 명,청나라의 상호존중의 관계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어 더욱 공고화된 측면이 있다.

    다시말하면 오늘날 북한 왕조라는 기이한 체제가 들어서게된 명분은 태조(?) 김일성이 항일투쟁을 통해 해방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민족사에 정통성을 확립했으며, 해방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업적이 있다는 견해이다. 이것은 분명히 폭압만으로 강제하거나, 알량한 이론과 거짓된 사상교육으로만 자리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민에게 이러한 공감대가 분명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리학은 가부장제적·종법제적 가족질서를 포함하는 명분론적 질서이다. 이 질서는 남과 북에 아직도 남아 있다. 결국 인정해야 할 것은 지금 남과 북의 우리 현실을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가지고 재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한민족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던 싫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이다. 스스로 외세를 물리치지 못한 현대사의 비극은 개인적인 자유와 삶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을 마냥 절대선으로 볼 수만은 없게 한다.

    - 뱀발 -

    브루스 커밍스의 '김정일 코드(원제는 north korea : another country)'를 샀다. 받아보고 깜짝 놀란 것이 번역자가 남성욱 씨란 것이다. 지난 100분 토론에 나와 꽤나 정부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현재 국정원 산하 기구 연구소 소장이다.

    혹시 학문적 영역과 개인적 영역을 유체이탈(?)하는 그런 부류인가 생각이 들었으나, 검색해보니 관료적 색채가 뚜렷한 기회주의적 엘리트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최장집 교수나 박원순 시장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조중동이라 불리우는 언론의 이중잣대가 철저히 편향적이라는 것과 꽤나 정치상업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반증이라 할 것 이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