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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영화이야기 2006. 4. 13. 12:57

    시간은 1960년대 장소는 홍콩
    화양연화는 이곳에 살고 있는 30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또한 왕가위의 '사랑에 대한 혹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에 대한 향수'가 담긴 영화이다.

    지난 20세기의 60년대는 어떤 시대였을까..68년에 프랑스에서는 대대적인 혁명이 일어난 시기였고, 우리나라에선 박정희의 독재가 시작된 암울한 때였다.
    당시 19살이였던 무라카미 류는 그의 자전적 소설 '69'에서 이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를 키운 것은 랭보, 비틀스, 레드 제플린, 고다르,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체게바라 플라타너스 길가의 재즈클럽 포비트, 그리고 마리안드 페이스풀을 닮은 일본산 누나였다'

    그 시대는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 사이에 대체로 보수적 권위가 맹위를 떨치던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정서적으론 '수줍음'이 살아있던 시대였기도 하다.

    일본산 전자제품에 신기해하고, 이웃과 공동의 공간을 영위하며, 국수를 배달이 아닌 자신이 직접 음식점에 가서 싸가지고 오는 모습, 작은 회사의 모습 등등은 왕가위의 홍콩과 대략 우리나라의 일반서민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그 둘은 단정한 30대 남녀이다.
    30대는 어느시대에서건 중간자적인 입장에 처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삼형제중 둘째의 처지라고나 할까, 형보다는 열정을 보일 수 있지만 막내보다는 책임감이 우선하는.

    영화초반에 이 두사람은 사랑의 면죄부를 부여받게 된다.
    영화내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각자의 남편과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서
    두사람은 피해자가 되며, 이로인해 두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게 된다.

    사실 서로의 이삿짐이 엇갈리는 첫장면에서 이 둘의 관계를 우선했던 나의 불량한 예상이 빗나갔을 때 이 둘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람이 헤어지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만 결백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어. 우리도 그들과 같아'

    이별 연습을 하기전에 이 둘이 나눈 대화다.
    시대적 경향이 있다면 소위 'cool'이 지배하는 21세기 현재에선 조금은 연약한 이유이다.
    이 두사람은 방금이라도 터질듯한 열정을 감추는 긴장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약간의 눈동자의 떨림 정도, 우수에 찬 표정 정도.

    먼저 배반한 그들의 악덕과 닮게 될까봐, 자신의 자존을 헤치지 않기위해서,
    자신들이 배신당한 불륜의 피해자 이지만 자신들의 사랑이 그에 대한 반발로 인식될까 하는 두려움.
    따라서 자신들의 순수한 사랑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 두사람은 헤어진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소심한 남자와 수줍은 여자의 사랑은
    드골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캄보디아의 69년에서
    적막한 사원의 기둥에 묻어진다.

    이런식의 자기절제를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내게도 역시 그 이상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착한 사람들의 착한 사랑이라는.

    2003-09-07 04: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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