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오늘 오전에 회사에서 단체로 산행을 갔다.
7년만에 가는 산이었지만, 비가 온다는 궂은 날씨를 예상했던 일기예보와 어젯밤 마신 술과 부족한 수면 시간때문에 아무리 즐거운 상상을 해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7년 전에 관악산을 갔던 기억을 해보면 막상 산행을 다녀오면 맑은 공기와 몸이 가벼워지는 땀 그리고 어른이 된 후로 하산 길에 술한잔은 좋았었다는 기대도 있었다.
오늘 아침이 되자 구름이 완전히 걷히진 않았지만 간간히 햇볕이 비치는 날씨가 되었다. 그나마 가벼운 기분을 하고 청계산을 찾았다. 사실 게시판에 붙은 공지를 볼 때는 청계산이 회사 근처인 청계천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앞산 혹은 뒷산 쯤으로 생각했더니 서초구에 있는 산이 었다.
매봉과 옥류봉이 갈리는 입구에서 한 30분쯤 되는 분기점까지 오는 동안 역시나 땀은 모자를 다 적시며 비오듯이 해서 약간 흐리고 차가운 공기라 등산하기 좋은 날씨라는 것이 무색해졌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비록 담배에 찌들린 폐였지만 그래도 숨은 어느정도 고르게 되었다. 20대때는 이정도 탄력을 받으면 기분좋게 정상까지 올라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다리가 풀려서 도저히 올라기질 못하겠고, 한번 안정화된 호홉도 전에 없이 다시 가빠지고 땀 역시도 걸레 쥐어짜듯이 계속 흐르는 것이 아닌가?
고비를 넘기면 그나마 완만하게 순탄했던 등산이 이제는 W 혹은 WW 곡선의 흐름이 되버린 것이다. 나는 물론 오후에 예식장에 가는 약속도 있었지만 계단 550번 정도까지 보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왔다. 다리가 풀려서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처럼 덜덜 거리며 내려와서 담배 한모금 피면서 어머니와 아내 생각을 했다.
청계산은 그렇게 내 생활패턴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묻듯이 여러가지 잔소리를 해준 것 같다.
2006-11-05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