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교로 안성기 씨가 무슨 강연회 관계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릴적 부터 좋아했던 배우라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갔었는데, 무슨 내용의 강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스크린에서 쭉 봐와서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친숙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무척 설레였던 기억이 난다.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 건물을 빠져나와 담배를 피며 음료수를 친구와 마시고 있다가 수업을 듣기위해 가는 길인데 저 멀리서 안성기 씨가 주차장에서 차를 막 탈려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거의 반사적으로 "선배님..!"하고 소리를 쳤더니 아는 후배라고 착각을 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차에 오르려다 다시 나와서 나를 쳐다 보았다. 한달음에 뛰어가서 노트를 찢어 볼펜을 내밀면서 "사인해주세요"라고 하였더니 예의 그 푸근한 주름짓는 미소로 사인을 해주고 뭐라 덕담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좀 그렇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꽤나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친한 척을 했는지 스스로 의아하기도 하고 또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이 사인을 스캔하기 전에 다시 한번 날짜를 보니 93년도 4월인데, 그때는 몰랐을테지만 군대가기 한달여 전일때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영화 속에나 밖에서나 항상 건재한 모습으로 있는 안성기 씨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2006-10-26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