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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 나잇 스탠드 (One Night Stand, 1997)
    영화이야기 2006. 4. 13. 12:53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잘쓰는 이야기 풀이의 방식은 바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이야기일 것이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두번째 영화.. (개봉한 것들 중) .
    그의 첫번째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이 사회의 가장 밑에 있던 두사람, 즉 창녀와 알콜 중독자의 '공생'에 관한 이야기 였다.

    그의 첫번째 영화가 이러하였다면 그의 두번째 영화는 '공생'을 극복하고 '공감'을 지향하게 되고.. 좀 더 세밀해 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인물들..

    '원나잇 스탠드'는 에이즈에 걸린 한 병자를 매개로 하여 이야기의 중심에 두 부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웨슬리 스나입스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독백하듯이, 사회의 잣대로써 충분히 성공한 상업광고 감독이다. 동시에 그는 에이즈라는 반역적(!)인 병에 걸린 게이인 동료를 문병하러 갈 정도로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고 혹은 갈망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속물이면서 속물이기를 거부하는 그의 위선은 곧 세상과의 타협에 분명한 선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속한 피클 광고를 거부하는 것이나, 파티에서의 불협화음 등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뛰어난 사교성과 적당한 애교, 그리고 쾌락에 대한 탐닉..그의 아내 미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속물적이다.

    나머지 두사람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대로 나스탸사 킨스키는 여린 심성에 고독해 보이고, 그의 남편은 온건한 보수주의자처럼 생각된다.

    이 네사람이 선한 사람이라는 것은 부인 할 수 없겠지만, 나스타샤와 웨슬리를 제외한 두사람이 웬지 정이 안가고, 밉보이는 인상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 행복 그리고 죽음...

    피기스의 주된 시선은 죽음이라는 한계속에서의 행복 추구이다. 첫번째 영화는 어긋나고 처절했다면, 두번째 영화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표현했다. .

    이것에 덧붙여서 등장인물의 한계 또한 공통적이다. 밑바닥에 있는 알콜중독자와 중산층의 흑인.. 이 둘의 한계적 입장에서 사회를 대응하는 방식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좀 더 모순에 선명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공감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첫번째로 늦은 시간 어두운 주차장에서 맞닥뜨린 강도로 인해, 두사람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이런 공포로 인해 쉽게 서로의 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게 되고, 알게 된다면, 두번째로 에이즈 환자의 병문안과 그의 장례식에서 그들은 진실로 죽음에 대한 경외를 지닌 닮은 꼴로서 서로를 공감하게 되고 하나가 된다.

    -- 무엇을 할 것인가..

    체르니세프스키의 유명한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 다른 부분은 제외로 하고--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사교성과 비사교성의 차이때문에, 현실의 적당한 타협과 안주를 박차고 보다 나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결별과 투쟁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의 행복추구가 충분히 이성적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의 그것은 다분히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약간은 불안해 보이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라고 여겨진다.

    파기스의 새로운 영화는 좀 더 이성적으로 현대 도시인의 소외와 죽음의 관계를 표현하리라는 기대를 가져보면서 그만 글을 마칠까 한다..


    1997/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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