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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같은 날의 오후 (A Hot Roof, 1995)
    영화이야기 2006. 4. 13. 12:52
    어찌어찌 하다가 학교를 빼먹은 그런 날이었다. 그냥 꿀꿀한 기분이 들어 아무일도 할 수가 없어서 비디오 가계에서 테잎을 하나 빌려 왔다. 제목은 '개같은 날의 오후'

    영화를 보고 난 후 느꼈던 건 완벽하지는 않지만 책으로 읽는 그 밋밋한 여성학 강의를 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한국 영화는 예의 강우석 감독류의 코메디류나 배창호감독의 동화같은 멜러물을 연상케 하였는데, 그런 내 생각이 편협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게임의 법칙'이나, '내일은 뭐할거니'등에서 느꼈던 진지한 자세가 돋보이는 영화도 이처럼 잘 풀어 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좋은 영화였다.

    무릇 여성뿐만이 아닌 이 사회에서 소외 받는 또는 억압받는 여러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매맞는 아내, 몸을 파는 여자, 자신의 노동력을 남편에게 착취당하는 부인, 게이, 혼자 사는 여자, 이혼녀, 착한 여자 신드룸에 빠진 여성, 그리고 도둑 까지, 이 사회의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영화 곳곳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세세한 경우 외에도 정보석이 분한 경찰대장도 우리사회의 억압요소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이 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들이 단체 행동을 해나가면서 느끼는, 서로의 모든 것을 떠난 동지애는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 임화숙의 노래로 서로가 어우러지는 씬이 그 대표적인 장면이 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 충무로의 한계로 드러나는 점 즉 흥행에 집착을 한 나머지 중요하고 무거워야 할 부분이 축소되고, 이에 반해 가벼운 웃음의 대상이 너무 확대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주제를 대표하는 손숙의 역할 비중이 너무 소홀하고 작게 다루어졌지 않나 하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마지막 장면에서 정선경과 정보석의 매끄럽지 못한 화해는 좀 의아하게 느껴졌다. 물론 정보석이나 다른 여성들이나,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라는 허구의 벽에 갇혀 있는 다 같은 피해자라는 점에는 공감을 하지만, 그래도 좀 다급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또 라스트씬의 군중의 모임은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은 몇몇 사회 운동 단체나 여성기자 그리고 아파트 내의 인심 좋은 아줌마 외에도 중간중간에 좀 더 명료한 호응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이 영화는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항상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데에는 탈이 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훌륭히 소화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웃다가 울게 만드는 이 영화의 감독이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품을 선보일까 하는 기대가 벌써 부터 든다.우리의 삶에 대한 진지한 관조를 할 수 있는 한국 영화의 기류에 이 영화가 하나의 우뚝선 산이 아닌 출발이기를, 작은 시작점이길 바라며 이만 이글을 마칠까 한다.

    1995/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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