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인가..
사무실에 놓여져 있던 칫솔이 없어진 날이 있었다.
어차피 오래쓴 칫솔이기에
청소할 때 누가 잘못 치웠나 보다 하며 매점에서 새 칫솔을 사다 놓았다.
꽤나 나선형을 자랑하는 나이키 신발 같은 모습을 한 놈으로.
몇 해전 칫솔을 새로 산 지 한달 뒤..
새로 사다 놓은 칫솔이 또 책상에서 사라졌다.
기분이 묘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구.
동료에게 칫솔 또 잃어버렸다고 투덜댔더니
"누가 종호씨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듣고보니 문득.
'흠.. 나를 사모하는 여인네가? ^^;'
이건 일종의 트라우마다. - 청소년 시기에 봤던 한 미국영화에서 어떤 변태가
스토커짓 하다 자신이 집착하는 여자집에 몰래 들어가 그 여자 속옷을 꺼내입고
그 여자 칫솔로 이빨닦던 그 장면이 생각났다. ^^;
요새말로 기분이 더럽게 좋지 않지는 않았지만,
칫솔을 다시 사야겠기에 매점으로 내려가다가 갑자기 자연이 나를 불러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우측칸 문을 여니
바지를 내리기도 전에 양변기 위에 고이 놓여진 '칫솔'이 보였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어제 부터 여기 있었을 하얀 변기위에 나선형의 몸을 떨었을
칫솔을 고이 챙겼다.
2005-06-30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