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미운정
    소소한 낙서 2011. 6. 14. 12:30
    그저께인가.. 
    회사에서 동기 두사람과 간단하게 술 마시고 있는데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회사 앞이라고, 나오라고. 

    그래서 갔다. 
    두 친구를 만나러. 
    두 친구는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였다. 
    말하자면 연인이다. 
    덧붙이자면 두 친구는 어느정도 내가 계기가 
    되서 알게 된 사이다. 
    결국 두사람 각자가 내겐 친구였었다. 

    이젠 연인이 되어서 내 앞에 앉아 있는 두사람.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좀 웃기기도 하고. 

    근데 이것들은(!) 무지 자주 싸운다. 
    두 친구 성향을 어느정도 아는지라.. 
    조금 예상은 했었지만.. 
    가끔은 참기 힘들다. 

    처음에 내가 합류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할 땐 
    그냥 즐거웠다. 
    간만에 마시게 된 술도 그러했고. 
    근데 얘네들이 또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유 대 희생' 
    간단하게 말하면 '말꼬리 잡기' 

    여튼.. 
    처음엔 조금 즐거운 듯이 둘의 만담을 지켜보다가.. 
    점점 도가 지나치더니 
    결국 심각해져 버렸다. 
    얘네들 심각한 덕분에.. 
    지난 연말 겨울 소나기 명동에서 맞았던 기억. 
    종로3가에서 추위에 벌벌 떨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열받았단 얘기다.) 

    나는 귀가 얇은 탓에 
    옆에서 티격태격하면 초연해질 수가 없다. 
    여튼, 무진장하게 싸우더니.. 
    지친 내가 택시비 꿔서 가는 뒷모습에 
    모처럼 둘이 한목소리를 냈다. 
    『미안해! 종호야..』 
    내가 뭐 할말이 있겠나 싶어 앞만보며 대꾸했다. 
    『괜찮어.. 친구잖어..』 

    잽싸게 택시 잡아타고 돌아오는 길에 
    기사아저씨랑 우연찮게 이 친구들 이야기를 했더니 

    『미운정 들으면 못헤어져요..』 
    라는 말을 해줬다.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웃으시며. 
    (적나라한 표현은 부시맨 닮았다..^^;) 

    『이쁜정만 있는 사람은 헤어져도 금방 잊더라구요.』 
    사실 이말 들을 때 약간 감동이었다. 
    두친구 때문에 조금은 지친 기분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난 미운정 들어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행복을 드러내는 사람이 왠지 불안해 보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연애는 힘겨운 싸움일지도 모르겠다. 
    손만 잡는게 연애가 아니라면 
    서로의 마음을 잡는 일이 녹녹한 일은 아닐것이다. 

    두 친구들은 미운정 들고 있는걸거다. 
    생각했다. 
    이들이 잘되던 잘안되던 나보단 치열하게 
    혹은 전투적으로 사랑하고 있으리라 여겨 보기로.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