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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 (The Wound Of Love, 1989)
    영화이야기 2006. 4. 13. 12:49

    오늘 낮에 대전으로 내려간 친구를 배웅하고
    친구 신혼집에서 좀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티브이를 보고 계셨다..
    무언가 하고 보니
    전에 스카라 극장에서 보았던..
    김수현 원작의 '상처'였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못하신 어머니에게
    앞부분을 설명해 드리다가 나도 지금까지 다시
    보게 되었다..

    '상처'는 독하게 살려고 했던, 그러나 한없이
    약했던 주인공 하영의 사랑과 짧은 삶을 다룬 영화이다..

    -- 하영이 기훈을 택한 이유...

    하영에게는 친구 재민이 있다..

    " 여학생이 남학생 하숙집에 놀러가는 일은 있는거니까..
    놀다 보니 늦었겠지...... "

    " 아니, 난 밤 12시에 갔어....   그사람이랑 자러 갔어.. "

    " ............................................... "

    "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사람을 사랑하는게
    너무 확실해서..."

    하영이 자신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했던 재민에게 말한 대화이다..

    자긍심이 없는 주인공은 밝고, 환한 웃음이 있는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착한 재민 대신에..
    그는 기훈의 하숙집으로 갔다..
    하영의 선택은 무척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

    자긍심은 없으나, 자존심은 있는 사람은
    타에 대한 의지를 자신의 방어기제로 삼기를 거부한다..
    해서 자신을 보다 고립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일과 성취욕에 자신을 소외시키도 한다..

    전에 아주 공감을 하면서 보았던..
    '미스터 플라워'의 주인공과 같이 '상처'의 하영도
    고아이고, 또한 어두운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일에만 몰두하고, 친구라고는 단 한명도 없는 주인공에게
    사장이 강제휴가를 내리기까지 하는..

    이러한 극단적이고 유치하기까지한 설정이 꼭히
    아니더라도 우리들 역시 이들처럼 막연한 자괴감, 열등감과
    같은 것이있다..

    이쁜 동화같은 아픔과 꽃과 더불어 행복하게, 가족의
    따스한 정속에 휩싸여 사는 풍요로운 미스터 플라워에게..
    착하고 맑고, 밝고 사려있는 웃음이 있는 재민에게..
    나의 것이 절대 아닌것 같아 다가서지 못하는 느낌을 지니면서..
    때로는 그들의 허상적인 완벽성을 비꼬기도 하며 산다..

    따라서 하영은 거칠고 성난 짐승같은 기훈의 내면에
    있는 뿌리깊은 외로움과 상처를 자신과 닮은 꼴로서
    발견하게 되고..
    그리하여 하영은 기훈의 하숙집으로 갔을 것이다..
    의지가 아닌 필요의 대상으로서의 그에게...

    하영의 비극적인 최후에 반하여..
    '미스터 플라워'의 마지막 씬처럼..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능동적으로 다가 서는 것이..
    궁극적으로 불완전한 우리들이
    서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할수 있는 용기이고
    올바른 선택이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98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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