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담배금이 올랐다.
전에도 50원하던 오락비가 100원으로 올랐을때, 한달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오락을 그만둘까하는 고민에서 결국은 100원에 익숙해져 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700원하던 팔팔이 900원으로 인상되고나니, 담배를 이 참에 끊어
버릴까하는 생각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요새는 900원을 내면서 담배를 살
때마다 지금까지도 억울한 기분을 어쩔 수없다..
담배는 나의 관점에서는 그저 얇은 사전종이같은데다 담배잎 말린 것을 잘
게 부스러트려서 말아가지고 불붙여서 입으로 피는 것일 뿐인데, 가만보면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해서
불만이다..물론 의학적으로 건강을 염려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담배는 우선 나이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리가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함부로
피우지 못함은 에의라는 면에서 담배가 불손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배는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도 나타난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영화를 보면 백악관의 주인이나, 대재벌이나, 마피아의 보스들은 예의
그 퉁퉁한 배를 내밀면서 나무로 만들어진 담배갑에서 '쿠바산 시가'를 자
랑스럽게 꺼내 입에 무는 것을 흔히 볼 수있다. 쿠바산 시가는 잘은 모르
지만 한정된 양에 엄청난 가격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 생각에 담배의
질은 거기서 거기라고 보기 때문에...그 부분은 그다니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양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는 일
종의 문화적 사대주의라고 할 수있을 것이다.
우리 담배중에서 보면 '장미'니 '라일락'이니 하는 웃기는 것들도 나와있다
흔히들 여성을 위해서 나온 담배라고들 말하는데, 여자들은 그렇게 가늘고
차별화된 정형의 담배를 선호한다는 발상인지, 아니면 그런 담배를 물고 있
는 여성을 남성들이 시각적으로 선호한다는 것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잘 빨
리지도 않는 그러한 담배를 여성용 운운한다는 것은 여성의 폐활량이 남성
보다 크다는 것인지 뭔지 나는 잘 모를일이다..
좀 상투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남성들이 초면의 여성들에 대
해서 술자리나 까페등에서 여성들에게 '담배 피우시나요?'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용인하는 자신을 마치 아량이 넓은 듯, 진보적인 사고자인듯한
자기 과시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흡연을 인정하는 많은 남자들도 자신의 여자만은 그러지 않기를 강
요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담배에 얽힌 한 일이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한 한달동안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집
에만 있었을 때가 있었다. 낮시간에는 그때 대학졸업반이였던 동생하고 거
의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같이 비디오를 볼때나 어쩔때나 내가 담
배를 피우면 동생이 냄새난다니, 연기가 싫다니 하면서 잔소리를 했었다.
나더러 제발 좀 끊으라니 어쩌니 말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 너는 담배
한번도 안피웠냐? '는 질문을 했더니 신입생때 선배들 따라서 조금 피운적
이 있었단 말을 하길래, 그길로 눈이 반짝 트여서 동생 방학내내 담배 다시
피우라고 꼬셨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지금은 동생하고 둘이 나란히 앉아서
맞담배를 피우며 내가 돈이 없는 관계로 비교적 부유한 동생이 사놓은 담배
를 뺐어 피우며 아주 흡족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나를 나쁜 오
빠라고 하는 주위의 비난을 듣긴 하였지만..
한번은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부부싸움을 거하게 하신 적이 있었다..
한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나더니 조용해 졌길래, 방에서 속상해서 담배
만 피우던 나는 마루로 나가 보았더니 아버지는 안계시고 어머니만 혼자서
쇼파에 앉아서 울고 계셨다..얼굴엔 수심이 가득찬 채로..
갑자기 그런 어머니를 보니 안되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불쑥 ' 어머니,
담배라도 한대 피우실래요? ' 하고 말을 해버렸다. 말을 꺼내자마자 이내
실수 했음을 알았지만 어머니께서는 차분하게 ' 됐다..애야..' 하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나중에 어머니한테 그 일로 엄청 혼이 나긴 했지만..
군에 있을때도 야외훈련할때 텐트안에서 담배를 피울라치면 담배 안피는 사
람들이 무척 고생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굉장히 미안하긴 했지만 담배를
도저히 끊지 못하는 터라 어쩌진 못하고...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담배안피우는 친구들을 만나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
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나와 같이 할 아내될 사람은 기왕이면 담배를
피웠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안피우는 사람이 피우는 사람과 같이 있을때의
고통을 알아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내가 편할려는 나의 이기심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담배는 정신긴장을 완화해주는 면도 있고, 사람을 약간은 멍하게 만드는 면
이 있다. 그래서 누가 그러던데 흡연률이 높아지면 범죄율이 떨어진다나..
전에는 비교적 신경이 날카로웠던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는 자신이 좀 무던하
게 되었음을 느낀다. 암튼 담배는 이제 나에겐 뗄레야 뗄수 없는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저 사전종이에다 잎파리 말린거 말아 피우는 담배...
몸에 안좋다는 것만 빼고는 다른 어떤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구속에서 담배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에서 '담배의 해방(?)' 위해서
끄적여 보았다.
=====*~~ 영원한 꼴초가..
199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