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살아가기란 힘든 일이 아닐 수없다..
그렇다고 내가 뭐 고상한 사람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공중전화를 기다리고 있을땐 내 마음은 그지 없이 편하지만,
내가 전화를 하고 있는데, 뒤에 누가 있을라 치면 난 너무 불편하다.
버스를 타고 있는데, 가방메고 서있는 내게, 앉아 있는 분이 '가방 이리
주세요..' 라고 말하면 난 선뜻 가방을 내어 주지만, 내가 앉아 있을때
가방을 든 사람이 서 있으면 난 '가방 제게 주세요..' 이 말이 잘 안나온다.
내가 친절을 내세우는 것같은 이상한 쑥스러움이 날 그 말을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어쩔때는 길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담배 꽁초를 버리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하루 종일 우울하다. 근데 이상한건 길거리에서 오줌누는 사
람을 보면 아주 즐겁다..재밌기도 하고..
쓸떼없는 말이 너무 길어진거 같은데..
암튼 너무 자기 중심적인 것인지 아니면 소심한건지 해서 난 좀 소극적이다.
남을 너무나 많이 의식하기도 하고..
가끔씩 사람들이 나에게 '착하다..'라는 소리를 한다..
예를 들어 여럿이서 같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할때 남에게 시키기 보다는
내가 묵묵히 여러 일을 하고 있을때, 옆에서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그런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난 남에게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아서 나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다..
이런 나에게 친구 하나가 그랬다.
그건 착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니가 속한 조직이나, 일적인 면에서 볼때는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암튼 착하다는 소리는 좀 듣고 산다. 그래서 친구들은 내가 거짓말 같은
건 안하는 지 알지만, (나 역시 거짓말은 참 싫어하긴 하지만) 사실상 나는
거짓말을 곧잘 하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하얀 거짓말' 이라
는 말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하얀 거짓말'은 그 단어 자체가 우습듯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나 역시 그러하다. 내가 잘 사용하는 거
짓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주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거짓말은 주어나, 관형절을 빼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좀 비겁한 것이긴 한데, 아까 장황하게 말한 나같은 성격에는 필요하
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기 때문에 난 사람들한테 주어를 빼고 말하길 자주한다.
고등학교때,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갈때쯤이면 어김없이 나에게 회수권을
빌리던 친구가 있었다. 회수권 한장에 얼마나 한다고, 항상 빌리기나 하는
그 친구가 보기 싫었지만, 사실 있는 회수권을 없다고 하고 안 주기도 모했던
나는 또 다른 친구들처럼 거절도 못하고 해서 항상 회수권을 빌려주던 차였다.
하지만, 솔직한 내마음은 얄미워서라도 빌려주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안 그
런척 하는 내 모습이 보기 싫기도하고 해서 솔직히 말해야하겠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였다.
어느날 이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그 친구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선
" 회수권 좀 빌려주라..내일 꼭 갚을께.." 라고 말을 하는 것이였다.
" 나, 회수권 없는데...미안하다.." 라고 말해 버렸다..
" 아..없으면 못 빌려주는 거지, 미안하긴.." 하면서 그 친구는 부랴부랴
딴 친구에게 회수권을 빌리러 가 버렸다.
사실 나는 그때 관형절 하나를 빼고 말했던 것이다..
" 회수권 없는데..미안하다.." 이말은 사실 내 안에선..
" 나, (너 빌려 줄) 회수권 없는데...미안하다.." 이말이였다..
내가 이러는 것이 최소한의 자기 방어 기제인지. 아니면 자기 합리화의 궤
변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암튼 그때부터 난 이런 방식의 자기주장을
자주 폈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언제나 세상을 그런 식으로 소극적으로 살다가는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전
체에도 결코 좋은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주어를 빼고 말한다는 것이 내자신에게 작은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주어를 꼭 집어 넣어서 해야할 말을 그렇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것이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친구가 나쁜 짓을 했을때,
" 그 친구 원래는 착한데..실수 했겠지.."
내가 속한 사회집단이 잘못 되고 있을때
" 원래 세상살이가 그런거지..." 라는 식으로 두리뭉실 넘어 간다면 그건
내가 나약하다는 것을 떠나서 내가 비겁한 것일 것이다..
" 그건 그 녀석이 나빴어.."
" 그건 이 사회의 문제점이야.." 이런식으로 말하지 못한다면...
나는 결코 모든 강박관념과 무게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것이다..
내가 비판받기가 두려워서 남을 비판하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겠다..
내가 속한 사회가 비교의 허위를 통해서 그래도 딴 사회보다 낫다는
식으로 자위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