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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셉션 (Inception, 2010)
    영화이야기 2010. 11. 29. 20:47
    참신한 소재와 화려한 비쥬얼에 비해 짜임새가 부족한 영화. <드림스케이프>의 재기발랄함과 <매트릭스>의 충격에 한참은 섭섭하다.

    <인셉션>은 의도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말하자면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은 자신의 전작 <메멘토>와 같은 참신함에 <인썸니아>때와 같은 특급 캐스팅 그리고 <다크나이트>에서의 스케일과 액션을 모두 합친 영화를 기획한 것이다. 아마도 스타와 스케일과 스토리를 통해 감독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흥행영화를 선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꽤나 성공적이다. 원래 영화만큼 대중적인 매체도 없지만, 현재처럼 영화를 보는 계층과 인구가 다양하고도 많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그런면에서 현대의 수 많은 영화 속에서 소위 차별화와 흥행 모두를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관문을 뚫을 수 있는 몇가지 공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은 스타시스템이고, 또 하나는 소위 거대자본을 쏟아 엄청난 볼거리를 물량이다. 물론 영화의 뼈대가 되는 것은 스토리이지만, 소위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영화들은 완성도 높은 각본이 없어도  저 공식만으로 짭짤한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많고, 반면에 관객들에겐 뭔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현대 영화가 관객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요소를 잡아내다

    무엇보다 마치 영혼이(?) 빠진 듯한 물량영화들의 공통적인 점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빨리 잊혀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셉션>은 영악한 영화이며, 위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해 보인다. 하지만 메세지적인 측면이나 영화의 완성도는 관객의 열광에 비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그 첫번째 면으로는 요즘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 접점을 명확히 파악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너무 강조했기 때문에 마치 한소절의 노래만 부르고 자리를 일어서는 가수처럼 맛깔스러움은 있지만  매력에 비해 깊이는 덜한 느낌이랄까.

    영화는 마치 놀이동산의 미로에서 길을  유쾌하면서 능숙하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관객들을 들뜨게 하지만, 실제로는  설명을 해주지 않고 더욱이 전혀 친절하지가 않다. 사실 친절하지 않은 이유는 친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시대보다 영화라는 매체를 다양하고도 많이 접했던 지금의 관객들은 왠만한 자극에는 동하지 않는다.

    <식스센스>라던지, <매트릭스>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들은 스크린을 나서서도 영화 읽기를 멈추지 않으며 실제로 영화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장면이나 트릭을 찾아내어 숨겨진 진짜 의미를 파악해내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이 주체적인 영화 보기가 될 뿐더러, 동시에 재미라는 측면에서 지금 관객에게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실제 이런식의 '낯설게 하기'와 드문드문 주는' 암시나 트릭' 더불어 '열린 결말' 등은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열과의 동기부여를 하게 한다. 놀란 감독은 이런 측면에서 이제는 이러한 첨단(?) 요소들을 의도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식의 요소적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 봉준호이지만 놀란 감독은 의도치 않게 얻어지는 측면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시나 이런 능력 또한 대단한 것이다.

    매트릭스와 같으면서도 다른 점

    <인셉션>과 <매트릭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다른 새로운 세계를 안내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것이 컴퓨팅과 네트웍을 이용한 매트릭스의 세계이냐, 인간의 꿈이라는 심연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차이는 영화가 줄 수 있는 환타지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매표소에 표를 끊고 환타지의 세계에 들어가고 나면 <매트릭스>와 <인셉션>은 서로 다른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매트릭스>는 그 환타지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그것을 깨고 부순다면, <인셉션>은 환타지의 법칙에 충실하게 퍼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매트릭스>의 네오는 가족이 없다. 반면 <인셉션>의 코브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 대한회한과 풀지못한 오해가 숙제로 남아있다. 결과론적으론 <매트릭스>가 사회학이라면 <인셉션>은생물학에 가깝다. 이런 차이로 두 인물다 수퍼스타이지만, 네오가 선지자나 구원자의 모습이라면 다분히 코브는 마이클 조던같은 스포츠스타와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영웅의 구조에서도 마치 성장영화처럼 능력을 구하고 개발해나가는 네오와 처음부터 남의 꿈 속에들어가 생각을 훔치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 코브는 그 능력의 발현의 차이처럼 발휘의 방식도 다르다. 매트릭스 안에서 억압받고 있는 시스템에 맞서는 네오와는 달리 코브는 청부업자로 계약을 맺어 어느 기업가의 생각을 조작하는 임무에서 사건이 꼬여 결국의 자신의 내부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 아내와의 오해를 푸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결국 <인셉션>은 단지 꿈속에 침투해 대통령을 살해하려는 암살자를 같은 꿈 속에서 경호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림 스케이프>보다는 깊이 있는 인간 심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호들갑스러운 버라이어티 속에서 결국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마치 <백투더 퓨처>시간을 뚫고 가는 드로이드를 타고 가족의 뿌리(?)찾기에 몰두했던 마티와 비슷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 영화를 분석하면서 다른 영화와 비교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 낫고, 못하다 혹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대상이 되는 영화를 통해 좀 더 풍부한 영화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매트릭스>와 <인셉션>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은 여러가지 상념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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