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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영화이야기 2010. 6. 16. 02:15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굉장히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시말하면 이라크 전쟁이란 특정한 현대전에 대한 고발이나, 미국의 역할, 이 전쟁에 대한 명암에 대해 특정하지 않는다.

    <람보>가 2편부터 욕을 먹게 된 것이 살상을 다룬 수퍼히어로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사실과 다르게 '미국'의 입장에서 대리만족의 아바타로서 작용했기 때문이라면, <허트 로커>는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에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허트 로커>는 인간과 전쟁, 딱 이 두가지 지점의 본질적 참상에만 집중하고 있다. 앞서 말한 <람보> 1편이 같은 상흔에 대한 소재이긴 하지만, 베트남에서 돌아온 병사에 대한 미국 내부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관점을 제공한다면, <허트 로커>는 이라크를 배경으로 한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라크던, 베트남이던, 아니면 남북전쟁이던 크게 상관이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극 사실주의'적인 기법이다. 폭탄 제거용 방화복을 입고 보호헬멧을 통해 시선을 따라가거나, 열사의 지쳐 헐떡이는 숨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전장 속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게다가 전쟁에서 맞닥들인 사람들이 맥없이 죽어나가는 장면에서야 말로 '이것이 전쟁'이다 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전쟁은 여느 영화에서 처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어냐?' 하다가 틈을 봐서 위험을 벗어나고 적을 죽이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갑작스런 총탄이나 폭탄에 갑자기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어처구니 없음이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의 표현기법은 사실적 묘사라는 점에서 하나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두려움과 아픔이라는 본질의 문제에서 하필이면 '이라크'전이라는 배경은 오히려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밖으로 비춰지는 주인공의 영웅적인 모습은 극중에 나오는 생각없어 보이는 대령의 칭찬처럼 '수퍼 히어로'의 그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마치 전쟁중독증과 같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필요로 하고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전장이라고 여기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폭탄제거용 특수복을 입고 다시 전장으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전쟁의 상처보다는 현실에 대한 도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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