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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의 신: 마라도나 (Maradona by Kusturica, 2008)
    영화이야기 2010. 5. 23. 00:12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라도나'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축구에 있어서 마라도나는 음악에 있어서 모짜르트와 버금간다.

    특히 전설로 회자되는 펠레와 달리 비교적 근 시기인 80년대 활약했던 마라도나는 여러모로 생생한 인물이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최악의 골과 최고의 골을 불과 3분이내에 선사한 그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을 선사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반면 현재 축구팬이이 아닌 사람들에게 마약, 총기사건 등으로 언론의 가십란에 자주 등장한느 마라도나는 말썽장이 왕년의 축구스타로 알려졌을 것이다.

    그외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차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인기와 입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고, 심지어 그를 신으로 삼는 '마라도나 교'까지 창시되었을 정도이다. 또한 남미의 혁명세력과 반미 전선에서 카르트로와 친분이 있는 그의 행보도 익히 알려져 왔다.

    칸 황금종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마라도나를 위대한 축구선수 뿐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면면을 담고자 한 것이다.

    에밀은 그동안 전설 속에, 혹은 언론 속에서 가장 빛나는 축구선수이며, 마약과 폭력으로 골치덩어리 가십 제조기로 비춰지는 마라도나에 대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감독 특유의 철학과 영화적 기법 그리고 애정을 듬뿍 담아 조명하고 있다.

    사실 마라도나에 대해선 그가 활약했던 유소년, 보카주니어스, 나폴리 그리고 대표팀에서의 활약과 그 당시 경기에 대한 마라도나의 회고를 쭉 담아 편집을 해도 매우 훌륭한 축구선수의 다큐멘터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특별한 축구 선수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축구의 신, 마라도나>라는 제목과는 180도 다르게 원제인 <Maradona by Kusturica>가 더 정확한 것이 에밀 감독의 마라도나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시선은 그야말로 위대한 축구선수, 혁명가, 엔터테이너, 마약중독자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인 마라도나를 쿠스트리차에 의해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라도나의 여러 면면을 다큐멘터리 중간중간에 에밀이 준비한 영상을 끼워놓고 있다. 첫째는 86년 잉글랜드 전의 마라도나의 소위 '세기의 골' 드리블에서 골까지의 장면은 축구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두번째로 대처, 레이건, 부시 등의 신자유주의자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회화해 축구로써 한방을 먹이는 장면은 남미 민중의 벗으로서의 그를, 세째로 마라도나 교의 사제들이 나와 예배습과 결혼식 등의 광경을 통해, 그의 조국에서 미치는 그의 인기와 영향력을 상징한다.

    에밀 감독의 자신의 작품들과 마라도나를 오버랩한다.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가난한 민중들이다.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 유머와 해학 그리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들 속에서 마라도나를 연상하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감독은 마라도나의 '당당함'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돌리벨'을 만들면서,도시빈민들의 가장 훌륭한 덕성을 깨우쳤다. 당당한 정신, 그건 이 피폐한 곳을 벗어나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서는사라진 것이었다.

    그 주된 윤리는 가족 간의 존경과 희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나는 늘 손쉽게그 당당한 정신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구에서의 가난이란 무안한 것이었지만,
    여기 발칸에서는수난의 표현이었다.

    마라도나가 더 큰 금액을 제시한 리버플레이트를  마다하고, 보카쥬니어스를 택한건, 바로 이 당당한 이유에서였다."


    바로 이것이 저 멀리 발칸의 감독이 아르헨티나까지 찾아와 마라도나를 그의 카메라에 담게 한 계기였을지 모른다. 이말은 바로 "중세에는 가난한 이를만나면 불운한 사람이라고 했다.현대에는 실패자라 부른다."라고 한 알랭 드 보통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가난한 가운데 성공한 영웅이 성공한 후에도 그를 잊지 않는 당당함에 매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라도나는 포틀랜드 전쟁의 패전으로 암울했던 조국에 소위 핸들링 반칙을 이용한 '신의 골'에 대해서도 호기롭게 말한다.


    "전쟁이었지, 축구 전쟁. 모두 의지를 불태웠지. 손으로 넣은 골을 보고는, 다들 이러더군, "잘했어,영국놈들한테 한방 먹인거야!" 뭐,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주 스릴 있었소, 영국인 지갑을 훔친 기분이었지, 아주 은근슬쩍!"

    다큐를 보면 마라도나는 아주 예전에 있었던 축구 시합에 대해서도 어제 일처럼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즐겁게 회상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런 그의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인간 마라도나는 축구와는 별개로 마약과 가정에 대해 소홀함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솔직하게 회한에 젖기도 한다. 아래와 같은 인터뷰를 끝으로 자신을 칭송해 마지 않는 거리의 악사의 노래를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선글라스에 가린채 듣고 서 있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10만 관중 앞에서 골을 넣는다는 것, 그래,영국 전처럼 말이요, 그건 나한테 예사로운 일이지.
    내 경기고 내 인생이고 알겠소? 잘못을 저지르고 보니, 난 남들 보통사람들처럼 된거요. 말하자면, 코카인 때문에 엉망이 된거지 뭐 나도 보통사람이요. 그런데 호랑이가 풀려나와, 경기장에 들어서면, 그게 내 위치지.

    에밀, 코카인만 안했으면 내가 어떤 선수가 되었을까? 대선수 하나가 사라진거지!
    뒷맛이 고약해요 지금보다 훨씬 나았겠지 아무렴,그래, 그렇고 말고.

    난 축구를 위해 태어났소. 내 갈길을 알고 있었지 그런데 코카인은 몰랐지. 어머니한테 집을 사드렸고...결혼하고 가정도 꾸렸지, 세상 구경도 하고, 아르헨티나에 월드컵을 안겼어. 이만큼은 한거요. 기록된 걸로는!

    그런 줄은 알지만, 나중에 생긴 일은...뭐 요새도 여러 문제가 있지만, 속이 아주 부대껴요. 그래... 사람들은 나더러 괜찮다,그만하면 잘했다 할지 모르지만, 내 속은 안 그래요 내 잘못이지 똑바로 못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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