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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영화이야기 2010. 5. 10. 10:46
    루이스 캐롤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결말은 앨리스의 언니의 동생에 대한 상념으로 끝을 맺는다. 아래와 같이.

    "그녀는 동생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앨리스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 단순하고 사랑이 가득한 아이다운 마음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

    앨리스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지가지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눈을 반짝거리며 귀 기울일 것이다. 이때 오래 전의 이상한 나라에 대한 꿈도 한몫 할 것이다.

    그녀는 앨리스가 그 아이들의 단순한 슬픔을 느끼고, 그들의 작은 즐거움 속에서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여름날을 기억한다면...."


    딱히 팀 버튼이 결말에서 착안을 해서 동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 생각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유년시절 겪었던 꼬마 앨리스가 숙녀가 되어 다시금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재해석하게 될 것이라는 점만은 비슷하다.

    물론 그것이 팀 버튼 처럼 다시한번 이상한 나라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리라해도 말이다. 그러나 팀 버튼의 세계에선 소설 속 언니가 기대했던 앨리스는 없다. 다시 말하면 '사랑이 가득한 아이다운 마음을 지켜나가거나',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여름날을 기억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영화에선 정략결혼이 싫어 정원을 배회하던 앨리스가 다시금 토끼를 만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되어 낯익은 모자장수와 붉은 여왕, 하얀 여왕을 만나게 되지만 그들을 통해서 성숙하기는 커녕 새로운 경험이나 영감따위를 얻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붉은 여왕은 여전히 오만하고도 완고하게 "목을 베어라"라고 외치지만 뭔가 더 우스꽝스러워지기만 했고, 하얀 여왕은 4차원적인 행동으로 오히려 위선적인 모습만이 강조될 뿐이다. 앨리스를 물심양면 지켜주는 모자장수는 기대하지도 않은 승리의 춤사위 따위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정작 어른이 된 앨리스는 다시만난 친구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느낌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전설 속에서 이미 예언되어 있는 결정론적 세계의 인자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동심은 그저 선택받은 자의 칼날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의 앨리스는 화려한 비쥬얼과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속에서 철갑옷을 입고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전사로 재탄생한다. 그것이 어린이 장난감 같은 CG의 세계라 할지라도 앨리스는 어린시절보다도 더 이원화된 선과 악의 세계에서 그저 하나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를 물리치는 구조 - 즉 전혀 이상한 나라가 아닌 지금의 현실- 속에서 2시간동안 헤메다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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