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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저와 나 (Roger & Me, 1989)
    영화이야기 2010. 10. 18. 12:50

    <로저와 나>는 다큐멘터리로서 마이클 무어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인 동시에 후에 그 자신의 도덕성에 상처를 안기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 <로저와 나>는 마이클 무어에겐 숙명적인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일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다큐를 만든 것이다. 이런 면에선 가장 이상적인 다큐멘터리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수필가 에머슨은 '자기 신뢰'에서 '모방은 자살이다. 스스로가 정말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면 모든 영혼이 응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트로이트 인근의 플린트시에서 자라난  무어에게 이 다큐는 특별하다. 자신의 가족, 이웃이 모두 GM이라는 거대한 회사에 종사했고, 3만 GM의 노동자와 그들의 보금자리였던 플린트시가 어떻게 발전하고 또 어떻게 황폐해졌는지 스스로 살면서 보고 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체험자체가 묻어있다.
     
    사실 마이클 무어가 다루고 있는 플린트시와 GM의 변천사는 굉장히 끔찍한 사건이다. 소위 세계화로 일컬어지는 자본의 변화로 인해 노동자가 고통받고 그들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의 해당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들면 GM이 플린트와 그 인근 도시에서 11개의 공장을 폐쇄한 시기는 GM이 어려웠을 때가 아니라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임금을 줄이기 위해 공장을 미국 공장보다 80%나 낮은 멕시코로 옮기고 그로 인해 절약한 돈을 다른 사업체의 인수나 투자를 위해 사용했다.

    무어는 자신의 당시의 삶과 플린트시와 GM회장 로저 스미스를 엮어, 그 속에서 고통받는 시민들과 플린트시를 조명한다. 이때 무어의 독특한  편집과 특유의 유머감각은 무거운 내용을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가히 무어의 독창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초기작이면서 이때의 무어의 기법은 그의 차기작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습하기도 한다.

    무어의 다큐는 명암이 있다면 그의 이 대단한 초기작에서 어두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하성태 기자의 글에서 무어가 " '예술이란 역사적 투쟁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그 투쟁의 <무기>'이며, 영화감독이 단순히 현실세계를 기록해서는 안 되며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베르토프 다큐감독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 <로저와 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GM주총에서 발언을 하려는 무어의 마이크를 꺼버리는 장면은 후일 편집으로 조작했다고 밝혀졌다. 물론 무어는 당시 동료를 설득하는 논리가 자기 주장의 진실성을 강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는 단순히 투쟁의 무기로써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투쟁의 주체로 나선다. 민망하게도 자신의 작품속에서(!)

    결국 마이클 무어의 자신이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에 대해 왜곡의 도구도 서슴치 않았으며, 스스로 자신을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묘사하는 엘리트 주의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무어의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그의 다큐가  잘못된 현실과 정부에 대해 '사실'을 고발하고 폭로했다는 의미는 여전히 높이 평가할만 하다.

    다만 행간의 뜻을 파악하는 신문읽기와 같이 비판적인 시각을 두고 봐야하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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