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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필사즉생 필생즉사'
    정경사 2009. 5. 25. 01:20

    아직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충격과 황망함보다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심정의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어놓는다는 것 역시도 그러하다.


    다만 정치인 노무현과 개인 노무현을 모두 놓고 생각해봐도 그 분리가 딱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고인의 죽음의 의미도 그러할 것이다.

    일찌기 대통령 재임시절에 탄핵을 당해 헌재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시간동안, 대통령 노무현은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글이 있다.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요행히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재임시절 부터도 대통령 직을 걸고, 재신임 등을 밝힌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노무현의 최고의 직위인 '대통령직'을 걸 수 있는 용기는 정치인의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여러차례 죽기를 각오했던 것이다.

    이번의 가족의 비리혐의로 촉발된 검찰이라는 이름의 탄압에 대해 전직 대통령 즉 자연인 노무현은 분명하게 자기 가족의 개인적인 흠과 피의자로서의 인권을 구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은 이번에는 자신을 걸었다. 자신을 걸만큼 도덕성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자기 자신이 받는 고통에 더해 자신을 믿고 따라주었던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동지들에 가해지는 박해에 더욱 가슴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불법대선자금 수사 때 정치인 노무현은 목숨과도 같은 대통령직을 걸었을 때 단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십분의 일'이다. 노무현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당과 선거조직에서 자신의 뜻과 다르게 관례적으로 받았을 불법자금을 염두에 둔 융통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떠한 단서도 두지 않았다. 그저 온전히 개인 노무현은 일퍼센트의 융통성도 용납하지 않은 채 자신을 걸었던 것이다.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봉화산 바위에서 뛰어내렸을 고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억울함과 비통함 그리고 안타까움을 안은채 뛰어내려 영욕의 삶을 마감하였지만 고인의 뜻은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에 대한 영원한 전진을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에는 어쩌면 그 자신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야속하게 떠나버린 고인을 원망하지 말자. 그가 바라던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에 대한 염원은 반드시 살아서 계속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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