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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것이 참으로 조선일보스러운 사설이다.
    정경사 2009. 3. 30. 09:51

    정국이 노무현 전대통령의 후견이라 불리웠던 박연차 회장의 로비로 어수선하다. 
    이 사건은 여러가지로 실망스러운 점은 물론 의혹투성이다. 그러나 더 나은 정권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주는 면도 있다.

    우선 도덕성을 내세운 노무현 정권 역시도 돈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과 그 정권의 정체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 대선자금 수사 때 " 한나라당의 1/10 이상을 받았다면, 대통령직을 버리겠다"고 공언한 때부터 내재된 모순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한나라당 보다는 덜 부패되었다는 것이 지난 정권의 장점과 정체성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정권의 대재벌 정책이나, 대서민 정책도 한나라당 보다는 조금 더 개혁적이었다는 것일 뿐이었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니 규모나 정도의 차이였던 것이니,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도 개연성이 있다는 풀이가 된다.

    여튼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자.
    박연차 회장의 불법로비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 자체는 교과서적이다. 여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해야 하며, 국회가 이를 방해하는 방탄국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요지이다. 내용자체는 크게 무리한 것은 없다. 지난 정부때 방탄국회에 대해 이렇게 신랄하게 견제한 적이 있나 하는 일관성의 문제를 빼면 이런 식의 사설은 조선일보 자체의 정치적 지향점에서 크게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괜히 조선일보겠는가? 백미가 하나 있다.

    바로 아래와 같은 표현이 사설에 떡하니 들어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폭력 난투극만 일삼는 정치권에 절망한 국민은 지금 필로폰 전과가 있는 박 회장이 던져준 '검은돈'을 넙죽 받아먹은 정치인들에 대해 분노와 혐오를 보이고 있다. "


    박연차 회장의 로비자금을 설명하면서, 굳이 박연차 회장의 필로폰 전과를 관형사로 쓸 이유가 있을까? 조선일보의 사람죽이기는 정말로 사악하다. 로비 자체를 공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백번 마땅하지만, 그 사람의 인간적 결함을 재차 강조하는 것은 굉장히 치졸하고, 뒷담화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마치 초등학생이나 싸울 때 쓰는 유치한 논법을 편다. 마치 애들이 '우리 형이 중학교 전교짱이야' 라면서 '그 형이 태권도랑 권투가 싸우면 태권도가 이긴대!' 라던가, 이번에 시험보다 컨닝한 친구를 두고 '어저께 지각해서 그래'라고 온갖 나쁜 것은 다 갖다 붙이는 격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건과 크게 관계없는 개인적 비리와 과오를 엮는 짓거리는 공적인 언론이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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