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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라의 독설에 대하여
    방송&연예 2009. 1. 21. 09:41
    우리는 흔히 김구라가 독설로 떴다고 한다. 하다못해 구글에서 '독설'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거의 모두 김구라에 대한 검색결과가 나온다. ('독설닷컴'으로 유명한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는 아예 순위권 밖이다. ^^;)

    인터넷 방송부터 현재 공중파 방송까지 김구라가 소위 '먹고 살기 위해' 욕을 하고 또 사과를 하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일이다. 이에 대해선 허지웅 기자의 논평만큼 명철한 것이 없어서 잠시 소개해 본다.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김구라의 사과가 늘 카메라 앞에서만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한때 김구라의 욕을 팔아치웠던 텔레비전이 이제는 김구라의 사과를 똑같은 자리에서 팔아치운다.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를 잘근잘근 씹어 먹었던 김구라는, 이제 또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 사고도 사과도 체온도 진심도, 그 모든 게 돈 몇 푼과 등가로 교환되는 실용적 현장이다. (시사IN, 55호 중에서)

    독설이란 무엇인가

    독설의 사전적 의미로는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 을 뜻한다. 이와 유사한 뜻으로 옳다는 이유로 함부로 찔러대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두가지 뜻은 조금 다른데 첫째는 남을 해칠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미가 있다. 두번째는 선의던, 선의가 아니던 자기 확신에서 남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는 의미다. 어쨌든 단순히 표현만의 차이는 아니다. 대표적인 독설가 조갑제나, 진중권의 경우는 전자에 속한다. 왜냐면 자신들이 믿는 신념, 정치세력에 득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독설을 퍼붓기 때문이다. 두번째의 대표적인 예로는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오는 강마에 정도? 자신의 실력을 믿고 남을 찌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다만 두번째의 독설은 사실 말이 독하다는 표현의 의미에 더 중점을 둔 것이고, 특히 기득권 세력에 대해 소수의 독설은 어떤 의미에선 '딴지'나 '반골'의 표현의 방식으로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럼 김구라의 말은 독설이 맞나? 그가 구사하는 언어의 표현만으로 볼 땐 독설이 맞다. 일찌기 공중파에선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말투, 정밀 타격, 실명 거론 등은 소위 독설이라 하기엔 크게 무리가 없다. 게다가 인터넷방송 할 때처럼 남을 해하거나 비방하는 악질적인 언어를 구사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선 두번째 의미의 독설이라고 볼 수 있다.

    김구라의 독설 아닌 독설

    하지만 그의 독설이 시청자 일반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카타르시스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그저 대중적인 혹은 속물적인 기준을 옳다고 강요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마저 있다. 예를들면 어떤 게스트가 나와서 회사를 옮긴다건, 프리랜서로 전향했다할 때 김구라는 반드시 '돈'과 결부시킨다. 돈이 되니깐, 돈 때문이 아니냐 하는 것 말이다.

    과연 모든 것이 돈 때문일까? 잰 체 하는 사람들보다 김구라의 표현은 솔직한 면이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자신이 그러했다고 남들도 다 그렇다고 믿고 뱉는 언어들은 무리가 있다. 자신이 돈 때문에 기존의 '독설'에서 '상업화한 독설'로 바꾸었듯이 모든 사람이 다 돈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일종의 강요다. 좋은게 좋은거다의 돈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마치 혼자사는 어르신에신 '플레이보이'지를 사다주고, 연배나 선후배의 관계를 떠나 남자라면 다 똑같이 야한 거 좋아하지 않냐며 들이대는 것과 그다지 다른게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다 돈을 좋아하지 않냐는 것 말이다.

    그러나 더 씁쓸한 건 그것이 김구라가 개척한 새로운 분야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건 거의 BC카드에서 김정은을 내세워 '부자 되세요'란 광고를 내세웠을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 쉽게 말해서 대중에게 먹혔다는 것이다. 김구라의 독설은 상업적이다. 따라서 반응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개팅할 때 '연봉'부터 따지고, 그것이 오히려 솔직한거구, 누구를 만나도 '부자'되라고 하고, 심지어 대통령도 '돈' 때문에 뽑는 세상에서 김구라의 독설아닌 독설이 인기를 끄는 것이  당연한거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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