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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킨제이 (Kinsey, 2004)
    영화이야기 2006. 4. 13. 11:00
    모든 것들은 다 그 원류가 있듯이 현재에 있어서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사상적, 문화적 것들은 모두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닌 지난 날의  힘겨운 과정을 거친 노력의 산물이다.

    어릴 적 보던 여성잡지나 신문에서 심심치 않게 인용되었던 킨제이 보고서. 그 보고서를 작성한 킨제이 교수와 관련하여 보고서의 작성의 시작과 연구과정, 그 와중에 겪게 되는 개인적 성경험, 가족과 기독교적 보수주의, 반공 이데올로기 와의 갈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킨제이 박사의 일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음으로 전적으로 이는 영화에서 본 것만으로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철저한 연구정신이다. 영화에서 킨제이는 주로 곤충을 연구하던 하버드 출신의 박사이다. 우연한 계기로 대학내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 강의를 맞게 되어 강의를 준비해 나가던 중에 성에 관한 인간들의 연구자료가 전무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학자는 과학적인 연구방법을 통한 확실한 자료와 근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이론을 정립한다. 우리 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가 베트남과 한국의 전쟁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폭력에 관한 연구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민족주의자일 거라고 오해를 하듯이, 평범한 인간들의 섹스에 대한 연구는 흔히 그 사람은 변태이거나 성도착자일 거라는 편견을 낳는다.

    실은 사회체제의 유지의 억압적 장치로 섹스는 매우 유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킨제이의 연구는 하나의 '전복'이며, 실례로 당시 미국에선 그것을 미국 사회를 해체하려는 공산주의의 사주를 받은 작업이라는 공격을 당하기 까지 한다.

    원래 동물학자인 킨제이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중점을 두어 그에 대해 체계적인 면접 방식을 도입해 섹스에 관한 당시 미국 사람들의 경험을 과학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통계를 내지만, 영화에선 순전히 본능에 충실하라는 식으로 킨제이의 의견이 왜곡되기도 한다.

    여튼 놀라운 것은 당시 50년대의 그런 보수적이고 억압적 사회에서 가졌던 사람들을 도덕적 죄책감에서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킨제이가 한 것이다.

    그럼 허위의식으로 가득찬 사회체제에서 인간은 본능에 충실하여 자유롭게만 살면 되는가?
    동물과 곤충들의 짝짓기 행위나 원시 인간들의 난교는 모두 허용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영화에서는 그것은 역시 정상적인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의 소금처럼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것은 과학으로 측정하기 힘든 사랑이라고 마지막 장면에서 넌지시 잔잔하게 일러 준다.

    성욕이 모든 인간의 행위를 설명해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인간의 사회시스템은 자본주의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약적이며 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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