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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봉제' 그 아주 기발하고 사악한 발명품
    정경사 2008. 12. 22. 11:12
    공기업, 호봉제 없애고 연봉제로 [동아일보]

    #장면 1.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전체기합이란 것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들면 수업시간에 떠들었다고 반 아이들이 전체 벌을 받는 것이다. 반 아이 중 사실 몇몇 아이가 떠들었을 전대 벌은 반 전체가 받는다는 것이다. 아니면 반 전체등수가 학년에서 꼴등을 했다고 불이익을 받는 일도 있다. 그 반에 만약 전교 1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벌을 받는 것이다.

    #장면 2.
    군대에서 유격이나 어떤 훈련을 받을 때 PT체조라는 것이 있다. 보통 어떤 동작을 10회를 지시했다고 치자, 통상 이 체조는 마지막 10회의 구호는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훈련병이 "10"이란 구호를 불렀다고 치자, 이 때문에 훈련받는 인원 전체가 다시 체조를 반복하게 된다. 

    90년대 중반이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은 모두 침체기를 맞게 된다.
    여러가지 사회 경제학적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학부제'와 '연봉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5공화국때부터 졸업정원제다, 노조와해다 많은 장치와 폭력이 동원되었지만,  누가 고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두가지는 결과적으로 학노 양측에 큰 타격을 주는 데 일조한 것은 틀림이 없다. 학부제란 소위 고교4학년 제도를 도입한 것과 IMF 이후 고용이 적어진 것과 맞물려 대학가는 그야말로 취업 지상주의로 변화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아주 꺼리낌없이 취업이 잘되는 대학을 최고로 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이다.

    특히 위에서 예를 든 2가지 장면에서 호봉제와 연봉제와 관련한 힌트를 얻고자한다.
    호봉제는 해당 기업 종업원의 연차에 따라 직급과 봉급이 올라가는 제도이다. 이에 반해 연봉제는 성과위주로 직급과 서열에 관계없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제도이다. 나는 남보다 더 잘 일하고 능력도 있는데, 호봉제에 묶여 제대로된 평가(급여)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서 착안한 개인주의와 합리성에 중점을 둔 연봉체계이다.

    사실 처음에 연봉제를 도입한 건 잘하는 사람에게 급여를 더 많이 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봉급 외에 보너스를 최대화 한다는 개념이라고 할까? 그래서 너도나도 연봉제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었다. 마치 로또를 살 때 자신의 당첨확률이 높다는 오류와 비슷한 심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만.

    그러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연봉제는 기업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연봉제의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은 매우 무섭다. 이를테면 한 직원의 연봉을 매년 마이너스 몇퍼센트 씩 깎는다고 치자, 이런 경우 도저히 다닐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경우 대부분  업무적으로 회사에 어떠한 큰 피해를 준 것 때문은 아닐 것이다. 즉 평가체계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당함은 더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연봉제는 최악의 경우 사람을 짜를 수 있는 최고의 합법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총 1억의 인권비 지출이 있는 회사에서 호봉제로 했을 때는 전체 인상률이나 인하률을 따지게 되지만, 연봉제의 경우는 1억에서 1천만을 빼고, 9천만원을 가지고 한 직원에서 몰빵을 해줄 수도 있다. 즉 한 사원을 MVP로 뽑아서 그친구에게 1천만원 몰아주고 나머지 직원에게 나머지를 분배해도 오히려 반발이 적을 수도 있다. 또 한번 로또의 오류다.

    더욱이 연봉제에서 연봉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회사의 사규에는 자신의 연봉을 발설하는 경우 퇴사의 사유로 적시되어 있다. 같은 이유로 단합할 수 없는 연봉제의 개인성향상 노조의 설립과는 그래서 더 요원하다.

    난 안 떠들었는데 벌 받아서, 난 구호제창 안했는데 체조를 더하게 되어서, 열받았는가? 사실 그건 열받을 만하지만 잠시 뿐이다. 우리 학교를, 군대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하한선이 없는 연봉제에서 과연 내가 전체의 몇퍼센트를 점유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인가? 양극화는 이미 어떤 사회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연구결과이기도 한데 말이다.

    나는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사람의 한걸음에 아홉사람이 열걸음이 후퇴되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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