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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도현의 러브레터 하차를 보면서 볼테르를 떠올리다.
    방송&연예 2008. 10. 29. 16:00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볼테르의 말이다. 더우기 편가르기가 심한 우리나라의 현 정치성향과 대립 그리고 인터넷 토론문화에 가장 절실한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이말을 두고 '윤도현'에게 바치고 싶다.

    오늘 기사를 보니 윤도현이 러브레터를 그만둔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도현, 7년만에 '윤도현의 러브레터' MC직 하차)
    사실 기사 제목만 보고서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윤도현 개인이 할만큼 했고, 자기 스케쥴도 있겠거니 했다.

    실제로 예전에 윤도현의 러브레터 방청을 가보고 난 느낌도 좀 실망스러웠다.왠지 서민적이고, 털털하고, 옆집 형 같을 것 같았던 윤도현에 대한 환상(!)이 실제론 뭐 곱상하고 이쁜 연예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야말로 관객일 뿐이었고, 관객에 눈길 몇번 주지 않고, 그다지 일반 콘서트처럼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깔끔하게 시간 관념도 정확한 그래서 주어진 대본에 따라서 방송 잘하는 그런 윤도현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기사 중 그간 러브레터 출연진을 보니 "6월3일 300회 전까지 '윤도현의 러브레터' 최다 출연자는 MC 윤도현이 몸담고 있는 윤도현밴드(21회)를 제치고 성시경이 22회로 이름을 올렸다." 고 한다. 비록 2위지만, 자기 밴드 출연수가 이렇게나 많다니! 섭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느정도 윤도현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도 활용된건 아닌지 좀 씁쓸했다.

    게다가 가뜩이나 채널마다 틀면 똑같이 나오는 유재석, 이휘재, 김구라, 신정환 등등의 모습과 면면은 마치 카르텔처럼 공적 방송의 영역이 사유화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론 초대가수 보다 더 말을 많이할려고 하고, 진행자 본분보다 가수 본성에 충실한 모습이 들이 보여 편안한 진행자라고 느껴지기에도 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하차의 변에 대한 기획사의 입장을 보니 놀랍게도 아래와 같은 문구가 들어있었다.

    "그동안 정치적인 이유를 들며 지속적으로 윤도현의 하차를 요구해온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의 인신 공격성 발언으로 윤도현과 그의 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 가을 개편을 앞두고 스케줄 등 복합적 요인으로 MC직을 고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윤도현? 정치적인 성향?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6년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선거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노무현 지지자였다는 것이 단순히 그 연예인의 성향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그것은 일종의 보복당해야만 하는 '낙인'찍힌 중죄였던 셈이었나 보다.

    그래서 만약 이것이 하차 이유 중의 하나라면 난 윤도현 하차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식의 잡음이 싫어서 지극히 개인적인 방어차원에서 윤도현이 어느정도 자발적으로 하차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난 오히려 선거이후 윤도현이던 누구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계속 밝히거나 이어가지 않았던 부분이 아쉬울 따름인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방송사 사장도 밀려나가는 판국이고, YTN 사장 출근 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가 되는 요즘 정국이니 "난 노무현이 좋아요" 했었던 연예인이 방송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것이 눈에 가시같이 보는 세력이 정말 있긴 있나 보다.

    게다가 청소년은 물론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 내부에 이런 식의 분위기 조성은 그야말로 사전 단속, 일석이조인 셈일 수도 있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윤도현이 알아서 기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무장공비도 아니고 "난, 공산당이 싫어요" 했다는 이승복의 입을 찢었다는 오래된 루머처럼 단지 "난 노무현이 좋아요" 했다고 해서 입을 틀어막는 이런 분위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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