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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영화이야기 2009. 10. 25. 22:28
    SF의 변증법, 양적변화에서 질적변화로..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처럼 SF 장르 아래 외계인 만큼 식상한 소재는 없다.어디선가 본 듯한 외계인 관련한 에피소드와 장면들로 가득 채워진 <디스트릭트 9>은 타성에 빠지지않고 완결성 있고 또한 세련되어 있다. 한 장르에서 양적에서 질적으로 변화된 사례라고 단정해도 크게 무리 없는 작품도 드물다.

    이 영화는 실제로 방영하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내레이션이나 중간중간 삽입되는 뉴스의 화면 그리고 증언자를의 인터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PD수첩의 <용산참사>편이나 <동물의 왕국>과 같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처럼 현실적으로 안보이는 것이 더 이상해진다.

    주목할만한 점은 다큐와 달리 모든 것을 다 객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관찰자 시점과 주인공의 주관적 모습을 적당히 섞는 방식이 오히려 사실감을 더 높히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영화에서는 누가 나쁘고, 누가 진정한 적이고, 어떤 거대한 시스템이 도사리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반면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이전 영화 속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섞여있다. 

    손톱이 빠져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플라이>의 그 끔찍했던 비극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람이 탑재하는 공격형 로봇을 보고 있노라면 <에일리언>의 시고니 웨버나 <트랜스 포머>의 옵티머스가 연상된다.

    주목할 것은 오마쥬나 이전 장르에 대한 추가된 상상력 보다 더 특출한 영감과 이를 지탱하는 극사실적인 연출에 있다.

    리얼리티, 지루함마저도 현실로 느껴진다.

    외계인들이 인간에 의해 격리되고, 집단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인간은 인간대로 그들을 우리가 가진 인권에 준하지 않는 존재로 처리해 생체 실험을 강행하는 모습은 2차세계 대전에서 자행했던 나치의 행위나 광주민중항쟁을 폭압으로 처리했던 우리 역사의 실재했던 부분과 대비하게되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즉 실제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코웃음을 치게하던  B급 영화의 소재들이, 현재 우리 인류의 역사 구조속으로 쏙 들어와 버렸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아직 부화하지 않은 외계인의 알을 불태워죽이고, 외계인의 '유동체'라는 물질에 감염되어 인간의 유전자가 외계의 유전자로 변이되는 장면을 볼 때 누구라도 실소 조차 못하게 진지해져 버리는 연출력과 기획은 일품 그 자체다.


    열린 결말, 실제 우리가 아는 것은 별로 없지 않을까.

    영화는 어떤 사건이나 역사앞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것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경험을 묘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태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 우리가 뉴스나 신문이나 혹은 여행잡지에서 보던 풍경을 경험하지만, 우연히 가이드 손에 이끌려 들어간 가구점에서 태국의 고무로 만든 '라텍스'가 유명하다고 하면 그런줄만 안다. 사실 같은 동남아라 하더라도 태국에선 고무나무가 거의 재배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가 선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와닿는 경험의 측면이다. 

    이처럼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가 아는 것과 실제의 간극은 매우 크며, 역사적 사건인 2차세계대전, 이라크 전쟁, 6.25와 같은 전쟁의 총체적인 진실은 알 수가 없다. 그때문에 <디스트릭트 9>의 뉴스에 나오는 쓰레기를 뒤지고, 고양이 사료에 사족을 못쓰던 벌레같은 외계인이 어떻게 지구를 여행할 수 있는 거대 우주선이 있을 수 있고, 또 28년간 표류하고 있었을 동족들을 구조하러 지구에 구조대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점 조차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마치 뉴스로 진실을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나 역시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은 요하네스버그에 거주하는 시민처럼 완전한 관찰자는 아닌, '유동체'에 감염된 주인공처럼 특수한 경험으로 안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점에서 음모론이 되었던, 현실세계의 비유가 되었던, 이 영화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관객들에게 많은 시사점과 반성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열린 구조와 상념을 일깨우는 영화는 SF장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역대의 무수한 영화 중에서도 가히 '우화'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위대함을 지닌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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