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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독후감 2006. 4. 13. 10:08
    평전은 일반 전기나 위인전과는 달리 비평이 곁들여진 인물에 대한 전기라고 한다. 맑스의 탄생 10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하였다는 푸른숲의 '마르크스 평전'을 읽어 보았다.

    총 587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선전문구가 써있다.

    '20세기 역사를 만든 신화 속의 성자이자 악마, 박제화된 마르크스의 초상에 피와 숨결을 불어넣는다!'

    위 문구대로 자그만치 587페이지에 프랜시스 윈은 피와 숨결을 불어넣는 비평을 쏟아 부었다. 피는 맑스의 논쟁적 글쓰기에 대한 것이요,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던!) 숨결은 맑스의 여러 지병에 대한 서술이었다(종기, 류머티즘 등등)

    기든스의 '제3의 길'이 영국의 새 덕목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기든스의 추종자인 블레어가 한참 어긋난 길을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정서가 이책의 주된 비평 관점이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분명 객관성을 견지하고 있지만 그 객관성은 기초적인 '사실'에 한한 것이었고, 주된 관심은 아주 세세한 부분, 일상적인 모습등이었다, 이를통해서 맑스는 악마가 아닌 치기어린 행동도 하고 실수도하는 인간임을 밝히는 도구로만 쓰였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데 모든 총력을 투구한 셈이다. 또한 그 시각은 대부분 냉소적이었다.

    물론 스포츠신문에 나오는 연예인의 사생활처럼, 소소하고 가쉽거리식의 맑스의 행적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인간 맑스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좋았다. 그러나 내가 평전에서 바랬던 것은 이러한 양념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양념이 건데기는 없이 주가 되버렸다.

    윈의 말투대로 하자면  "이 책은 국물도 없네! 는 아닙니다, 그나마 국물은 건졌네! 입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이 부르주아 계급의 일원으로 태어나, 일찌기 노동자의 해방에 눈을 떴으며, '라인誌'등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매우 신랄하게 논객들과 설전을 펼쳤으며, 위험인물이 되어 고국을 떠나, 영국에서 살면서 인터내셔널 활동에 깊히 관련했으며, 자식 셋과 아내를 잃는 지독히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인류에게 '자본'을 선사한 공적인(?) 맑스에 대해서..

    한편 그가 소부르주아 계급의 정서와 취미를 즐겼으며, 술과 담배와 싸움등을 매우 즐기는 무계획적인 생활을 했으며, 경제 활동은 담을 쌓고 친구 엥겔스와 부모의 유산과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했으며, 아내를 배신하고 하녀와 정을 통해 사생아를 낳게 하였던 또 다른면의  맑스에 대해 세세하게 정리하여 우리에게 새롭게 탄생(?)시켜 주고 있다.

    윈이 제대로 하였는가?
    엄청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한 그 엄청난 작업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역사의식'이 아닐까 싶다.
    맑스는 가톨릭 성경에 나오는 예수가 아니다. 그는 오류를 통해 배우고, 시행착오를 통해 성숙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마르크스 평전 - 6점
    프랜시스 윈 지음, 정영목 옮김/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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