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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독후감 2009. 2. 12. 13:11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자본론을 수식하는 말이 '원숭이도 이해하는' 이라고 해서 실소가 났다. <자본론>은 어렵다는데..  순간 <화두>의 작가 최인훈이 <자본론>을 읽을 때 고충을 토로한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도 자본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원숭이 만큼도 못된다는 뜻이 아닐까? 반면 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란 기대도 되었다. 어쨌든 첫 장을 넘기자마자 더 놀란 건 이번에는 원숭이가 진짜로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맑스 경제학에 있어서 가장 권위있는 김수행 교수는 이 책 표지 뒷면에 3000쪽에 달하는 <자본론> 세권을 모두 다룰 뿐 아니라 독점과 제국주의, 그리고 새로운 세상까지 다를 수 있게 된 것은, 필자의 설명이 매우 짧으면서도 핵심을 찌르기 때문일 것이라는 서평을 했다.

    실제로 이 책은 <자본론>의 주요 이론과 논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자본론> 완역판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선 내용 자체만으로는 기존의 맑스주의 기초 철학이론의 것과 별반 다를 것은 없는 입문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사서 다 읽고난 후의 느낌은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본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책도 아니고, 공산주의를 찬양고무하는 책도 아니다. <자본론>은 지난 100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며, 그 내용은 공산주의와는 무관한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진보 혹은 좌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왜 열심히 일하는 우리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가에 대한 의문이 들거나, 왜 경기는 불황과 호황을 거듭하게 되는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왜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알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눈에는 저 '자본주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나요? 만약 아름다워 보인다면 굳이 <자본론>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그곳에서 잘사시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면, 그리고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여러분은 <자본론>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본문 16쪽, '왜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론> 알아야 할까' 중에서

    또한 이미 정치경제학이나 맑스주의 사상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자본론>의 핵심 이론을 쉽게 풀이하여 원본 목차의 친절한 설명 및 기본 개념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며 나아가 <자본론> 완역본을 들게하는 계기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책은 상품과 화폐에 대한 개념부터 이윤이 생기는 이유인 잉여노동의 개념, 자본화한 돈이 축적되고 회전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자본의 고도화에 따른 이윤률 저하에 대한 개념까지 <자본론>의 핵심내용을 아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8강에 해당되는 '이기적 인간, 자본주의사회에 맞춰진 인간'이었다. 자본주의 체제는 결코 인간의 본연의 본성에 기인한 최적하된 시스템이 아니라는 내용인데, 이는 굳이 계급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지금의 지배방식이 교묘하고 정교한지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논외의 얘기지만, 참고로 쏭홍빙의 <화폐전쟁>에선 구체화된 지배세력인 금융엘리트의 실체와 지배방식에 대해 고발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접할 때 하나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이 책은 지극히 주관적인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설명하는 자본의 분석은 자본론에 입각한 과학적인 이론이지만, 그것에 대한 의견이나 예시 그리고 논조는 자신이 좌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한때 조롱의 대상이였던 네이버 댓글처럼 '저는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만' 혹은 '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입니다만..'으로 등장하는 수강생들의 반응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맑스가 정답이라는 전제하에 현실로 존재하는 세력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차례 걸쳐 자신의 책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추천하고 있다. 즉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매우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적으로 이 <원숭이..>란 책에 내에 혁명과 변혁에 대한 실천까지도 한꺼번에 모두 담아내려는 모습을 보니 마치 '진단은 이미 끝났으니 바로 실천이다'라는 조급증이 느껴졌다. <자본론>에 좀 더 집중한 친절하고 쉬운 요약서를 기대했던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의 고분분투와 놀라운 성과는 아주 높히 살만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베네수엘라 특유의 환경과 조건이 있다. 차베스라는 걸출한 사회주의 영웅과 베네수엘라 민중의 연대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 진영으로 생각해보면 두바이가 지금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맑스에서 레닌을 거세하고 바로 차베스를 대입시키는 것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간극처럼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만약 차베스의 실험적 혁명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다거나, 실패한다고 해서 사회주의 모델은 결국 또 다시 실패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론>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또 다른 오류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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