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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풍선 (The Black Balloon, 2008)
    영화이야기 2008. 10. 26. 16:53
    오랜만에 보는 KBS 토요명화 프리미어에서 이 영화 <검은 풍선>을 보게 되었다. 사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못했는데, 미국영화인가? 하다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장면을 보고 '아, 영국영화'로구나 했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오스트레일리아 영화였다.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겠지만, 처음보는 호주영화였다. 그래서 그런지 햇살이 참 좋은 풍광과 한적한 강변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생경하기도 했다. 이런 풍경이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한다면 아마 나만의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현실과 환타지가 조화된 것이라면 이 영화 <검은 풍선>은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처럼 굉장히 현실적인 영화이다. 자폐아를 둔 가정과 그 가족구성원의 애환과 갈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섬세하고도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는 감독, 작가의 실제 경험이 뒷받침되었으란 생각이 자연스러울 정도로이다.

    그런 면에서 가족영화라 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10대 사춘기 때의 가족 그리고 학교, 친구들 이 사회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한 막연한 열등감, 불안, 호기심이 어우러진 갈등과 그로인한 감정 폭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존감에 대한 상처 그리고 화해하는 과정을 자폐아인 형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들 청소년기의 온전하고 따뜻한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가정에 저마다의 속사정이나 사연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숨기고 싶은 일이던 아니면 부끄러운 일이던 가족만이 공유하는 비밀같은 것일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것이 자폐아인 형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그로인해 갈등과 번목은 없으며 오히려 형을 사이에 두고 끈끈한 연대만이 더 강할 뿐이다. 물론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나 편견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론 움추려 들고 있다.

    군인이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하며 전학을 자주하는 주인공은 불편한 형을 보살펴야 하는 가족과 자기자신에 대한 희생에 불평불만도 많지만 그럭저럭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든 자기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는 나이에 자신보다는 형, 가족을 더 먼저 생각하는 일종의 희생은 어린 나이에 감내하기엔 부자연스러운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번 이사한 곳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모처럼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학생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 온 집안에서 풍기는 악취와 자신의 형이 일을 저지른 똥이 흥건하게 묻은 바지를 들고 있었을 때 소년의 마음은 어땠을까.

    숨기거나 도망치려는 소년의 마음은 타인의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고동껍데기 속에 숨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의 연대일 수도 있다. 남이 절대 끼어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배타성 말이다. 하지만 소녀는 천진한 마음을 어떤 표현도 없이 어떤 설명도 없이 자연스럽게 소년과 소년의 가족에 스며든다. 이를 통해서 소년은 위안을 얻게되고, 형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우연히 그리고 감동적으로 치러내고,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형을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자신의 성장 속으로.

    이것은 배경과 인물이 비슷하게 산정된 허진호 감독의 <행복>과도 또 다르다. 허진호 감독의 사랑과 슬픔 그리고 뉘우침의 잔잔함은 오히려 이 영화 앞에선 강렬함이다.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사랑은 우리에게 흔히 감동을 주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 특별한 기승전결없이 전개되는 이 영화는 그 잔잔함으로 그 어떤 감동보다 더한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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