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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과 인격'에 대한 손호철-강준만-고종석 논쟁
    정경사 2008. 6. 19. 09:21
    [손호철의 정치논평/5월 26일] 김용갑을 다시 생각한다

     

    이 논쟁은 손호철 교수의 김용갑을 예로 든 '이념'보다는 '인격', 다시말해 '싸가지'가 더 중요하다는 칼럼이 시발이 되었다. 처음에는 강준만 교수의 긍정적인 반응이 따랐다. 이에 고종석 위원은 다른 시각 혹은 엄격한 시각에서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가 다시 인격과 사교술은 다르다며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지식인들의 잇단 의견 개진과 반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인터넷을 통해 바로 이전 칼럼들을 비교해 읽을  있을 수 있었서 편리했다. 게다가 진보, 중도, 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세 분이라 재미가 쏠쏠했다. 즉자적인 반응이 아니라 1-2주의 간격을 두고 쓴 정제된 생각이 이어지는 토론 형식의 칼럼들은 독자에게는 어떤 면에선 기쁨이다.

    이 릴레이의 시발이 된 손호철 교수의 글의 요지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나는 “나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적이지만 인간이 안 되고 격이 없는 사람보다는 보수적이어도 인간이 되고 격을 갖춘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이 같은 생각을 더욱 갖게 된다. 그 같은 생각을 갖게 한 것은 대표적인 ‘극우’ 내지 냉전적 보수 정치인인 김용갑 의원이다.

     

    자칭 원조보수 김용갑이 민노당 조승수 전의원의 서명에 참여했다던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념과 인격의 격이 같았으면' 하는 생각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6월 4일 칼럼에서 소위 진보의 '진영 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지글을 남긴다.

    인격이 없더라도 이념이나 실적으로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게 사회 전체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고의 틀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일시적 성공을 거둘 수는 있어도 다음 단계에서 무너지고 만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고종석 위원은 김용갑의 미담(?)은 익히 들었지만, 그의 전두환 정권 때 안기부 기조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이력을 들어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론을 냈다.

    그 인격의 하찮음 때문에 작품의 격도 ‘거짓’으로 백안시해야 하는 걸까? 선뜻 그렇다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글이 곧 사람’이라는 말은 적중률이 매우 낮은 격언이다. 사람에게는 제 글로 제 인격을 가릴 수 있는 ‘교활함의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시 강준만 교수는 인격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부분이 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고종석 위원의 든 예를 반박하면서 다시 한번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펼친다.

    인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인격이 이념의 실천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해 보자는 뜻이기도 하다. 인격이 이념을 망친다. 이 세상이 꼭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여야만 한다고 믿는 야심가들의 아집과 탐욕은 수많은 분열과 파쟁을 낳지 않았는가.

     

    이 글의 제목에서 '논쟁'이라고 했지만, 사실 논쟁이라기 보단 건강한 의견 교환이라 생각한다. 이 분들의 칼럼이 의미가 있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긍정을 전제로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각있게 주장하는 데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 생각은 이렇다. 손호철 교수가 예로 든 '김용갑'은 우선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소위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믿었던 진보쪽의 인사들은 김용갑 전의원 만큼의 감동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적절치 못한 대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진영주의로 다시 한번 환기한 강준만 교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인격이란 것도 결국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점은 또 애매하고 정확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총체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이념'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종적 위원의 주장에 동의를 표한다.

    정치심리학적으로 취미와 성격이 같아도 '정치성향' 다른 두사람은 결코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견해가 있다. 내 개인적으로 홍준표 의원의 소탈함과 그 환한(?) 미소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념이나 사상을 따르지는 못한다. 다시말해서 홍준표란 인격과 사상에 대한 총체적인 긍정을 보낼 수는 없다. 그냥 개인적 인격에 대한 선호는 선호대로, 다른 면인 그의 정책이나 주장이 옳을 때도 있다면 그때그때의 찬성 정도면 족하지 않나 싶다. 물론 인격이 완전히 쓰레기인데 이념에 있어 영향력이 있다면야 그건 뭐 사기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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