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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영화이야기 2008. 4. 15. 18:3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경계

    영화는 현실에서 모티브를 따오지만, 영화가 현실과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영화가 할 일이 아니며,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그런 면에서 현실적인 것 같아도 매우 영화적인 작품이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 분위기와 연출 그리고 등장인물의 강렬한 캐릭터 등을 통해 명료할 뿐이지만, 영화 외 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마치 우리가 바다나 산을 이야기하듯이 범위 자체가 모호해진다. 변덕스런 애인이나 괴팍하다던 직장 상사나 선생님을 이야기 하는 편이 훨씬 쉬운 것 처럼.

    기성세대, 젊은 세대 그리고 지배 세력에 대한 비유

    이 영화에는 극을 이끌어가는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늙은 보안관 벨과 전직 해병 출신의 모스 그리고 기이한 살인마 시거가 그들이다. 극중에서 벨은 유일하게 아버지, 심지어 할아버지의 기억이 있는 인물이다. 그것이 뜻하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는 무서움이 뭔지, 그리고 무기력함이 뭔지를 알고 변해버린 세상에 불안을 느끼는 세대를 상징하는 지도 모른다.

    모스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젊은이다. 아버지가 없는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도 고향의 따뜻한 인정도 느껴보지 못한 그는 자기 자신 그리고 아내 정도만을 위한다. 그래서인가, 살육의 현장에서 우연히 주은 200만달러의 돈가방을 보고 마치 이 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긴밀하게 행동에 나선다. 그래도 생존자를 위해 물을 떠다 줄 생각은 잊지 않는 그는 어쩌면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혼돈을 느끼는 젊은 세대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시거는 살인마이다. 영화 속에서 하는 범죄 행위들을 보면 상대방과의 개연성이 없다. 그가 생각하는 살해의 목적과 이유는 자신은 자격이 있다는 확신이라 여겨진다. 이는 어찌보면 전 세대를 통틀어 군림하는 자들, 혹은 지배하는 자들의 인식과 닮아있다. 왕으로 세습되었던, 혹은 선출되었던 지배자들은 자신의 핵폭탄 발사기를 누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확신에 차서 아프간에서 베트남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그 후에 어떤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영화 속에서 시거는 완벽한 살인 기술, 용의주도함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의학기술들을 갖추고 있으며, 자신이 목적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벌레 죽이듯이 해치워버린다. 게다가 돈이 목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에게 살해를 의뢰한 사람마저도 죽인다. 결국 살인은 자신의 확신인 것이다.

    살인마는 언제 어디서고 있어 왔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이 잘 만든 공포 서스펜스 물이다. 관객을 긴장시키는 장면들, 독특한 캐릭터들 잔혹한 살해장면, 음산한 분위기, 치밀한 도망자와 악마같은 살인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이 근사할 뿐이다.

    이 영화를 영화에서 벗어나 현실에 빚대어 보면, 그런 살인마 즉 지배구조를 탄생하게 만든건 기성세대, 즉 지금의 노인들이다. 자신이 어릴 때는 총도 없이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텍사스의 황량한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인마 즉 지배세력은 더욱 정교하고 대담하게 이 세상을 지배한다. 거기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젊은이 들인 것이다. 물질 만능의 세태는 노인과 젊은이들 모두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더욱 정교하고 교활해진 살인마가 살아남기 위한 양분일지도 모른다.

    이런 지배세력과 맞닥들일 때 노인은 자신은 이제 늙었고, 힘이 없다고 자조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한다. 살인마를 잡기는 커녕 그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고,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는지를 알면서도 자신의 온몸을 던져 희생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살인마 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잡을 책임 조차 없는 무고한 노인들만이 죽어 나간다. 젊은세대를 상징하는 모스는 지배세력의 힘의 원천을 들고 튀어 본다. 가끔은 맞서 싸우기도 해본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협력없이 그는 아주 허무하게 그리고 철없는 젊은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 살인마 모스는?

    살인마 모스는 가끔 아주 강력한 저항 - 영화 에서는 교통사고- 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뜨는 아주 어린 세대의 도움을 받아 다시 그 생명을 연장해 저벅저벅 제 갈길로 돌아간다. 그러니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은 전혀 생뚱맞지 않다. 제대로된 끝맺음이다. 영화의 크레딧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나? 이 영화는 20년전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현대에서 저 영화 속 안톤 시거의 살인행각이 과연 80년대의 것이라고 접어둘 수 없는 만큼, 우리는 어쩌면 이미 벨처럼 노인의 눈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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