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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빛 속으로 (For eternal heart, 2007)
    영화이야기 2008. 1. 7. 01:50
    1. 사랑이라는 꿈이 독재시대를 관통할 때

    이 영화는 사랑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이야기하는 구조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랑과 꿈을 교차하고 또 그 교차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관객에게 정서적인 교감을 느끼기를 노골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를 테면, <타이타닉>의 백발 성성한 노파가 된 여주인공이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을 주기도 하면서, <007>의 주인공은 죽지 않는 다는 신화를 깨뜨리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영민해진 관객들은 이런 분위기를 보며 손쉽게 <식스센스>류의 반전이나 PC통신 호러 소설 속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쉽게 싱거워지는 구조일 수 있지만, 1970년대 말의 현실감이 - 어두운 골목길, 주황색 공중전화, 등사판, 학내 시위 등- 그만큼 더 몽환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한국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사랑의 이야기도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면과 접목될 때 꿈조차도 고달프고 슬퍼지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과 민주화를 위해 투신하는 여주인공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연관시킬 수는 있지만, 동시에 확실하게 비판할 수도 없다.

    또한 어떤 불꽃놀이 보다 강렬한 대공포탄이 70년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상공에서 발사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꾸는 동화적 상상에서도 충분히 유탄이 떨어질 수 있는 꿈의 바탕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아마도 황규덕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별빛 속으로>의 메세지는 우리는 꿈을 꿀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고 또 죽음조차 가르지 못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7-80년대 대한민국이라는 현대사를 관통할 때 얼마나 어리둥절하고 더 서글플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별빛 속으로는 그래서 별빛 보다 더 처연하게 밤하늘의 대공포탄 속을 보여주고 있다.


    2. 이 영화는 아래 시와 노래 두가지로 표현될 수 있다

    Gibt es wirklich die Zeit, die zerstoerdende?
    Wann, auf dem ruhenden Berg, zerbricht sie die Burg?
    Dieses Herz, das unendlich den Goettern gehoerende,
    wann vergewaltigts der Demiurg?

    시간이 정말로 있을까? 파괴하는 시간이?
    잠잠한 산에서 그 시간은 언제쯤 성을 부술까?
    신들에게 속해 있는 그 심장에게
    조물주는 언제쯤 폭력을 행사할까?

    Sind wir wirklich so aengstlich Zerbrechliche,
    wie das Schicksal uns wahr machen will?
    Ist die Kindheit, die tiefe, versprechliche,
    in den Wurzeln - spaeter - still?

    운명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처럼,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유약하고 불안한 존재인가?
    유년은, 깊고도 기약에 찬 유년은,
    그 근원에서 말이 없는 것일까? - 훗날에

    - 릴케, <오르페오스를 위한 소네트> 2부 27편



    햇빛 따스한 아침 숲 속 길을 걸어 가네
    당신과 둘이 마주 걸었던 이 정든 사잇길을
    보라빛 꽃잎 위에 당신 얼굴 웃고 있네
    두 손 내밀어 만져 보려니 어느 새 사라 졌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비가 내리네
    다정했던 어느 날 호숫가를 거닐었지
    하늘거리는 바람 불어와 꽃비가 내렸지
    흘러가는 물위에 아롱지는 두 그림자
    우리 마음도 우리 사랑도 꽃잎 되어 흐르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꽃잎에 새겨진 사랑의 이야기들
    그리워라 우리의 지난날들
    지금도 내 가슴엔 꽃비가 내리네

    -현경과 영애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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