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BBK명함 받았던 이장춘 전대사의 '일침'에 든 생각
    정경사 2007. 12. 13. 16:47

    조금전 우연히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어떤 어르신이 어제인가 정동영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서 찬조연설을 시작하고 있었다. 음성을 듣고 있노라니 뭐 그저 정동영 후보 지지하는 누군가 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얼마전 이명박 후보에게 직접 BBK 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하던 이장춘 전 대사였다.

    라디오 연설에선 BBK 관련한 검찰 수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또 유투브 동영상으로 널리 퍼진 박영선 전 기자의 당시 이명박 후보 취재 관련한 영상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하면 안되는 이유를 펴나갔다.

    이장춘 전 대사의 BBK 명함 관련한 보도가 처음 나간 곳은 조갑제닷컴으로 알고 있었고, 조갑제 위원의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한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면 모르겠지만. 사실 그의 살아온 이력과 김대중 정부시절 대북정책을 비판했던 것으로 보아 소위 우파 중의 우파이니 더욱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보수매체에선 오늘 있을 그의 정동영 후보 TV찬조연설 출연을 두고 벌써부터 "전향이나 다름었다"고 포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사실 난 이장춘 전 대사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 알게 된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그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긴했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 느끼는 점이 있다면 보수가 되었던, 아니던 우리 사회 어른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오해하면 안될 부분은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난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거나 그의 노선에 동감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어른이라 함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할머니가 계시는 데 이 할머니는 '지구는 평면이다'라고 여기시는 분이다. 천문 과학의 성립자체가 무너지는 이런 개념을 두고 아무리 할머니에게 '지구가 둥글다'라고 설명하여도 설득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할머니와 관계에 아무런 문제는 없다. 할머니의 잔소리와 포근함이 들려주는 지헤는 어른과 나라는 관계에 있어서 전혀 방해요소가 될 수 없다.

    좀 더 예를 들면, 내가 우리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데 할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고 하자. 일정정도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할아버지가 어떤 의도를 가지거나 이권에 얽메인 것이 아니라면 이 경우에도 할아버지와 나와의 관계는 크게 부자연스러움이란 없다. 특히 내가 잘못을 했을 때 따끔하게 호통을 치시는 할아버지에게 수긍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심지어 김대중대통령을 보고 "빨갱이"라고 욕을 서슴치 않는 어른이 있다고 해도 공공장소나 버스 등에서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시끄럽게 떠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는 어르신들의 야단에 크게 반항할 것은 없다. 오히려 이런 분들이 적어지는 무관심의 사회 속에 이런 어르신들이 그립기까지 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이장춘 전대사가 수구반동이라 하거나, 이명박을 반대하거나, 정동영을 지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앞서말한 어른의 입장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런 사상적 지향을 떠나서 "거짓말 하는 것은 내 자식이라도 짤라버린다"는 그의 말에 진정이 느껴진다. 나는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상을 떠나서 기본적인 인간의 규범에 대해서 아닌 건 아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 소위 어르신들이 해야할 역할이라는 것이다.

    라디오에서 듣던 그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마치 어릴적 목욕탕에서 친구들이랑 물뿌리고 떠들다가 호되게 혼났던 그 옛날 할아버지들의 호통이 떠올라 한자 적어보았다.

    "이장춘 정동영 지지, 전향이나 다름없어"  - 프리존 뉴스, 2006년 12월 13일
    이장춘 전대사 “이명박 후보가 ‘BBK명함’ 직접 줘” - 한겨레 신문, 2007년 11월 27일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