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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슨 가족, 더 무비 (The Simpsons Movie, 2007)
    영화이야기 2007. 12. 4. 23:14
    스머프가 파란색이라면 심슨은 노란색이다. 조금 오버해서 스머프의 이야기가 공산주의와 닮아있다면, 심슨의 그것은 구자유주의와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파란색 스머프는 전형적이게 착한 캐릭터들이라한다면, 심슨은 선과 악이 동시에 내포돼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우선 처음 접해보는 이 심슨 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 못말리는 유모도 그렇고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정말 폭소가 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지붕을 고치다가 아들과 말도안되는 내기를 걸어 서로 목숨이 위태로운 게임을 벌이는 부자지간을 본다던가, 돼지를 구해와서 스파이더맨 흉내를 시키는 심슨 아빠의 모습은 친숙하기 까지 하다.

    반듯해 보이는 옆집 아저씨의 전형적인 가정형태도 좋겠지만, 형식은 다소 다르더라도 그 껍질 을깨고 봤을 때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가족들간의 자연스런 사랑은 감동적이기 까지 하다. 이것이 아마 구태한 형식을 귀찮게 여기는 심슨의 정신이 아닐까도 싶다.

    이 영화는 환경보호나 공동체의식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돼지 오물통을 호수에 던진  심슨의 행동의 원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귀찮음에 있다. 그래서 결국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영웅(?)되는 심슨의 모습은 유쾌하긴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아주 냉소적으로 보면, 자기가 버린 오물통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에게 원성을 사고, 그로 인해 마을이 위기에 처하자 자기 목숨 살리자면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것도 아내와 자식의 간곡함에 의해)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좁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개과천선이고, 넓게 보자면 공동체 의식의 함양일 것이다. 앞서 이 영화는 환경보호의 영화가 아니며 그보다는 잘못된 국가권력이나 간섭에 대한 저항에 가깝다. 오히려 국가 환경단체야 말로 환경오염을 빌미로 마을 전체를 개발이권사업에 넘치는 파렴치한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고어도 조금 우스꽝스럽게 나오고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아놀드 슈바제네거이며 그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적으로 국가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관료들은 사악하지 그지 없다. 심슨은 이런 국가권력을 조롱하고 있으며 진정한 영웅은 시민이나 선량한 가족애에서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이 비록 얼렁뚱땅한 심슨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이런 미국을 지탱하는 오묘한 균형은 심슨이 최고권력자라 하더라도, 큰 문제이긴 하다.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가족애만 강한 통치자 역시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애란 것이 심슨 부인처럼 공동의식을 고양해 주는 역할을 항상 해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심슨의 활약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심슨이 시민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TV시리즈 심슨은 보지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영화 속 심슨은 엘리트 주의의 또 다른 버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유쾌하고 즐거운 농담과 코메디가 어우러진 만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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