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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번가의 기적 (2007)
    영화이야기 2007. 10. 28. 20:24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그리고 <1번가의 기적>의 감독은 윤제균이다. 그간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는 오락물이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코메디이다. 그리고 코메디지만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웃다가 눈물이 나는 페이소스이다.

    <두사부일체>는 학원폭력에 기반을 둔 깡패의 이야기이었고, <색즉시공>은 대학생을 소재로한 권력과 사랑에 대한 관계를 조명한 영화이다. 두 영화의 결말은 모두 순수함으로 막을 맺었다. 계두식은 진정한 학우에 대한 사랑으로, <색증시공>에선 진실한 마음으로. 이런 식으로 좌충우돌하던 영화들은 그럭저럭 마무리되었다.

    이 영화 <1번가의 기적>은 가장 현실과 가장 첨예하게 맞닥들이고 있다. 빈부의 격차와 거기에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생긴 외모의 정준호보다 윤제균 감독의 페르소나 같은 임창정이 철거용역 깡패로 나와 달과 가까운 한 달동네 사람들을 내쫓기위해 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렇게 찾아간 곧 철거될 마을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다.
    복싱을 하고 있는 명란은 전직 동양챔피언의 딸이다. 명란의 아버지는 시합중 충격으로 거의 식물인간 상태이다. 그리고 폐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조손가정의 두남매가 있다. 어머니가 떠나버려 할아버지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 아가씨는 달동네를 떠나기 위해 삶의 현장에 내몰려 다단계에 빠져 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어렵지만, 삶에 희망을 가지고 밝게 살고 있다. 여기에 난데없이 임창정이 들어옴으로써 여러가지 소동이 일어나면서, 이들의 사정과 다를게 없이 커온 자신과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동화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묘사는 찰리채플린도 인정할만큼 감동적이고 동시에 천재적이다. 그만큼 현실에 뿌리박혀있는 소재가 그러커니와 이를 풀어내는 감독의 상상력이 독보적이다.

    그외에 조금 쌩뚱맞은 이훈의 등장은 그가 '특별출연'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끝까지 완주하며 한 에피소드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하지원이 분한 명란의 복싱 신은 감히 우리나라 복싱장면 중 가장 실감나는 뛰어난 촬영이었다고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사람들이 실망을 피력한 결말에 특히 이 두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두경우를 보면서 이 힘겨운 사람들의 희망을 대변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꼭 개인적인 문제로 해결되었다고 선선히 동의할 사람들은 없다. 감독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1번가에서 사랑과 권투라는 부분에서 개인적 성공조차도 기적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기적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토 세례를 받는 두남매의 장면이나, 비가 숭숭새는 지붕을 수리하는 모습, 철거 용역깡패들과 주민들의 대치와 그 옆에서 포크레인으로 집을 때려부시는 장면을 등 뒤로 하고 두꺼비 헌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거나 (그것도 여러명이 동시적으로), 혹은 혁명이 일어나거나 하는 기적이 이 영화의 흐름상 오히려 맞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일어날 수 있고, 해결가능한 '기적'이 무엇인지를 모르지 않는 우리들에게 꼭 그러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해 그다지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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