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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Secret Sunshine, 2007)
    영화이야기 2007. 10. 9. 22:02
    영화 <밀양>을 이루는 몇가지 것들이 있다.

    하나는 이창동 감독이고 또 하나는 기독교로 이름 지울 수 있는 종교, 그리고 밀양이라는 지역, 또 칸을 매료시켰던 배우 전도연이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슬픔과 고통 이라기보다는 '절망'이었다고 생각한다.

    삶이란 애초부터 초월할 수 없는 한계가 뚜렷한 것이다.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겐 없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는 매순간 죽음을 떠올리며 살아가진 않는다. 나를 둘러 싼 관계,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책임지어야할 부분, 거기에서 어우러지는 웃음, 슬픔, 고뇌, 사상 등이 우리 삶을 그렇게 저렇게 이뤄서 앞으로 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을 아마 '희망'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남편을 잃고, 자식마저 사고로 잃은 여자가 있다. 자식이 아직 없는 나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감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서 처럼 그것이 '절망'이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밀양은 얼핏 기독교의 '거짓말'을 냉소하는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종교가 절망한 사람에게 거짓 희망을 제시하고 다시 한번 더 큰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하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아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기복, 자기위안으로 작위적으로 작동 하고 있기에 공정하거나 공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한편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독교가 유난(?)한 것은 아무래도 우리가 한이 많고 슬픔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한 개인이 극한 사항을 맞이하여 자신의 유한성과 삶의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의 정신상태'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종교, 친구, 연인, 부모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섣부른 용서와 타협은 더더욱 아니다. 주인공 신애는 죄가없는 범인의 딸을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는 커녕 자신의 머리를 맡길 십여분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집으로 가서 볕이 적은 마당에서 작은 거울을 들여다 보며 자기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자른다. 아마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삶은 자기 스스로 세워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지도 모른겠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무쏘의 뿔처럼 혼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가위를 든 머리를 자르는 것은 자기 혼자일지 모르지만, 옆에서 조그마한 거울을 들어줄 수 있는 친구는 필요하다고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르는 것들이 몇개 있다.

    한집 건너 형동생하는 밀양에서처럼 우리 세상 역시 좁고, 서로 얽혀 살아가는 것이 비슷하다. 정말 사람사는게 거기서 거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행복도 희망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슬픔도 기쁨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기에 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은 유행가들이다.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은 신애의 삶도 기본적으로는 우리의 삶과 거기서 거기이다. 왜냐면 삶은 지속되고 우리 모두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태도이다. 신애처럼 하늘을 바라보지 말고, 거울의 나 자신의 똑바로 응시하는 삶을 찾는 것, 슬프지만 저마다의 밀양이란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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