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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정경사 2007. 10. 4. 23:12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조금전에 도라산 환영회를 마치며 일정이 끝이 났다. 그저께부터 나름대로 심각한 감기로 코도 막히고 목도 부었지만, 약기운에 졸리움을 이겨가면서 2박 3일간의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을 지켜보았다.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나는 예리하거나 분석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낭만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느낌으로  남북 관계를 지켜보는 것이 친숙한 나는 아무래도 더 젊었던 시절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한켠에  확연히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2000년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번째 정상회담의 감격이 다시 떠올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론 내 스스로 감정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것 만큼 그렇지 못했고, 오히려 메마르게 정상회담을 지켜봤다는 것이 정확할런지 모른다. 그렇지 아닐거라 착각했던 이유야 말로 감기때문이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적지 않다. 서해의 평화수역 지정부터 군사항인 해주의 특구 지정, 총리급의 회의기구 창설, 사실상 양국 정상의  회담 정례화 등은 정상간의 회담치고는 꽤나 구체적인 협의를 이끌어냈다고 본다. 물론 이를 인정하고 뿌듯하기는 하지만, 회담을 TV를 통해 지켜보는 내내 내게는 여러가지 생각과 이미지들이 오버랩되었다.

    첫째는 2000년도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두번째는 북송특검을 추인하던 노 대통령의 표정, 그리고 현정은과 정몽구를 통해 그냥 불현듯 떠오른 정몽헌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회창, 이명박으로 떠오르는 한나라당으로 일컬을 수 있는 세력들의 모습들이..

    첫번째의 2000년의 느낌은 지난 추억이고 감상적일 수 밖에 없던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비중의 크기라고 생각해 버릴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이번 회담이 있었구나 하는 배경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송금 특검의 거부권 행사의 포기는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토록 중차대한 일을 너무도 늦게, 그것도 임기말에 해야했던 아쉬움과 대북 관계에 대한 역사적 소명과 인식이 약하지 않았나 하는 섭섭함까지.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성향은 대통령이 되고나서 부터는 소신을 굽혔다기 보다는 남에게 욕먹을 것을 더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도 북측을 대할 때, 그리고 말을 할 때의 조심성, 꼭 보수세력의 반응이 어떨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시장세력에 대해 조응하는 듯한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투명한 협상을 통한 국민의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최고통수권자로서 국민의 뜻을 대신하는 특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적 인물에서 그저 그만한 '엘리트 정치인'이란 인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회담 내용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임기중에 남북대화를 하고 넘어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어쨌든 이로써 범여권이나 시민단체, 정재계, 심지어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으로 부터도 노무현 대통령이 심하게 욕먹을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정도 상황에서 그들이 트집잡는 문제들은 사실 조금 억지스러운 것들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는 셈이지만, 이번 회담은 어찌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기대했던 2002년의 노무현이 해야할 역할은 이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이로써 2007년을 맞이하여 임기말이 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5년의 대단원의 막을 보는 기분이 들었으며, 이제 그에게 고별 인사를 했다는 소회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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