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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무어 다시 보기
    각종감상문 2007. 9. 11. 17:26

    마이클 무어의 다큐 중 가장 처음 본 것은 <화씨 911>이었다. 사람이 많은 극장이란 공간에서 다큐에 집중이 잘 안된 탓도 있었지만, 어쨌든 부시가 취임부터, 9.11 테러 그리고 그 이후의 전쟁에 대한 이 다큐에서 생각난 건 부시가 얼마나 허위로 가득찬 현직 대통령이구나 하는 것만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미국인이면서 자국의 대통령인 부시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비판하고 있는 이 '마이클 무어'라는 감독이 뇌리에 깊숙히 안 박힐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본 다큐가 그 유명한 <볼링 포 콜럼바인>이다. 난 이 다큐를 보고나서 한 때 마이클 무어를 '카메라를 든 촘스키'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다큐를 전폭적인 공감했었다. 몇 년간을 이어지는 필름,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다큐의 마지막에 보이는 직접적인 시위 등은 단순히 비평 영화가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는 다큐멘터리였다.

    우연히 오마이뉴스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에 대한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

    마이클 무어가 '사기꾼이라고?' <하성태, 오마이뉴스, 2007년 9월 4일>

    기사를 보면 마이클 무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무어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즉 마이클 무어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마이클 무어 뒤집어보기 Manufacturing Dissent: Michael Moore and the Media>에 대한 소개와 분석이 나온다.

    다큐멘터리는 보통 논픽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스크린 속에 비치는 배경과 사람들은 배우가 아닌 이상 실제란 것은 맞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다큐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 다큐가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다큐가 지루하거나,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사실 기록이 다큐멘터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큐를 제작한 감독의 철학과 이를 통한 분석이야 말로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비판에 깊이 동의하고 있는 나로선 조금은 충격적인 기분이 들었다. 마이클 무어의 독선적인 성격,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편집도 우려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웠던 것은 그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다큐를 찍었다는 것이다. 사실 부시가 악한 통치자이고, 전미총기협회장인 찰톤 헤스톤이 간악한 사람이고, 미국생명보험협회가 사악한 집단이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 이상으로 그들의 행동이나 정책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그러한 비판의 신뢰성을 무너트리는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해악이 되는 생각을 했어야만 한다.

    특히 마이클 무어의 다큐를 보면, 그 자신도 몰랐던 사실을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맞닥들이는 사람들 그리고 부조리함을 통해 감독 자신도 스스로 깨우치고, 경악하고, 항거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이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후에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면 그것은 앞서 말한바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다. 양쪽의 주장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고,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해석하느냐 혹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기사를 보고 느낀 점은 실제로 어떤 점이 잘못되었으며, 그것을 고치기 위한 대안은 이렇다라고 주장을 하기 이해서, 극적 장치, 즉 편집이나 연출은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순한 악세사리라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이클 무어 감독은 자신의 방법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평소 그가 추구하는 정의나 진정한 미국의 정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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