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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코 (Sicko, 2007)
    영화이야기 2007. 7. 30. 23:18
    마이클 무어의 올해의 새 다큐멘터리 <식코>는 대부분 미국의 잘못된 의료보험 정책에 관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주제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우물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 자신이 처한 환경, 소속된 국가의 정책에 대해 어느정도 적응이 된 개인에게 각종 제도에 대해 잘잘못을 쉽게 알아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도 부시의 연설 모습부터 시작이 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주도의 의료보험 제도가 없는 미국은 민간 의료보험만이 존재하며 이 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사람이 5천만여명이며 가입된 사람은 나머지 2억5천만명 정도라고 한다.

    얼핏 미가입자들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 같지만 그보다도 보험에 가입된 사람들도 피해를 보는 제도 자체의 모순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거기서 드러나는 미국 민간 생명보험회사의 폭리와 보험료 집행을 줄이기 위한 비도덕적인 행위에 분노를 금치못하며, 특히 보험회사에 일했던 콜센터 여직원과 전직 보험사정사의 고백을 듣고라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예를들자면 미국은 이렇다. 만약 내가 어디가 아파서 병원을 찾아야 할 때 미국에선 우리처럼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는 것보다 앞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증세와 처방을 상담해야만 한다. 이것이 어느정도 당연한 듯이 여겼던 무어 감독은 이웃나라인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의 정부주도의 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곳을 방문하고는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9.11 때 무너져 내린 무역센터 피해복구 현장에 뛰어들었던 소방수나 의료진 등의 봉사대원들이 그로 인해 폐에 심각한 병을 얻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치료에 대한 보상을 전혀 하질 않거나 매우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딱한 처지에 있는 그들의 영웅들에 대해 소개를 한다.

    오히려 같은 9.11로 수감된 테러리스트들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무어는 이들을 데리고 쿠바의 관타나모로  간다. 수감자들과 똑같이 이 사람들을 치료해 달라고. 뭐 물론 보기좋게 거부당하지만 말이다.

    내친김에 무어는 이들을 쿠바의 병원으로 데려간다. 쿠바는 일찌기 제3세계 후진국들에 의료봉사진을 활발히 지원하고 있는 나라이며, 또 의학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서 쿠바 국민도 아니면서 극진한 치료를 받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쿠바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다. 그것은 '형제애'라는 것이다.

    같은 소방공무원이라는 동질감, 나아가 세계 인민이라는 형제애 때문에 이들은 생면부지의 쿠바에서 진실한 존경을 받고 돌아오게 된다.

    이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다. 사회주의를 좇지도 않으면서 자본주의를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무어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곧 동료애란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과 그것을 제어하는 몇몇 권력자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은 희생자이고 노예일 뿐이다. 생명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텔레마케터, 자문의사, 보험사정인 모두다 눈물 흘리는 피해자이다.

    끝으로 영화 중간에 나오는 영국의 한 의원의 말에서 무어가 말하고자 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어 전문을 올려본다.

    민주주의라는 체제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혁명적인 것입니다. 사회주의자의 혁명이나 그 누구의 생각보다도 말입니다. 주권이 있으면, 그걸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흔히 말하는 이 선택이라는 개념은 늘 같습니다 “뭐든 하나 골라라”라는 거죠.
    하지만 이 선택이란 건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고 볼 일입니다

    만약 누가 빚꾸러기가 되면 그 사람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지요.
    빚을 진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으니까요.
    자, 그들은 늘 온 국민이 투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는 만약 영국이나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면 민주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민들이 계속 절망하고 개탄하도록 하는 거죠.

    국민을 통제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공포를 주는 것이고 둘째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육받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국민은 휘어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대하는 특별한 자세가 있지요.
    ‘저 사람들은 배워도 안 되고 건강해도 안 되고’
    ‘사기충천해도 안 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라고요.

    인류의 상위 1%가 세계의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은 사람들이 그걸 참는다는 겁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어지럽고, 겁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최선이란 시키는 대로 일하며
    소박한 꿈이나 꾸고 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전 영국의회 의원 토니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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