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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휴가 (2007)
    영화이야기 2007. 7. 30. 19:23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영화 <화려한 휴가>가 드디어 개봉을 했다.

    왜 이제서야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도 아쉬움이지만, 그래도 더 늦기전에 이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동안 우리 현대사에 의미있는 그리고 아직도 많이 왜곡되어 있는 사건들에 대해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학술적인 부분, 정부 활동 그리고 사회운동 부분 외에 문학, 노래, 공연 등에 비해서도 영화나 TV 쪽이 가장 미진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영화 관객이 천만 여명이 넘어가는 요즘에 가장 파급력이 큰 영화라는 기제라서 인지 더 아쉬움도 컸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 80년대 시대 정신에 근접한 것로는 강석경 원작, 오병철 감독의 <숲속의 방>,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장선우의 <꽃잎>그 외에 최초의 후일담 영화인 김응수 감독의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들은 70-80년대가 마치 100년전의 이야기인 것처럼 정면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또 정면을 응시하고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광주를 다뤘던 장선우 감독의 <꽃잎>같은 경우는 진혼곡이라 하기에도 마뜩찮은 슬픔과 나약함만을 영화 내내 보여줘 실망감이 컸다. 아직은 우리는 광주를 홀로코스를 페이소스 가득담아 만들었던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이 다룰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런 점에서 조금은 다르다.
    80년 광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또 그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 들어갔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배역 역시 광주에서 현장에 있었던 역할들이어서, 굉장히 서사적이었다.

    보는 내내 눈물을 참기 힘들게 하는 것은 광주항쟁이 주는 무거움때문이었지만, 거기에 덧붙여 이제야 영화라는 장르에서 광주를, 이 화면을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감격도 컸다. 이 점은 아무리 높이 사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보다도 살육당하는 이웃과 친구 그리고 광주시민들이 아픔을 앞세우는 고귀한 동료애는 안성기의 여식을 향한 마음보다, 김상경의 연인을 위한 애정보다, 박철민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아프게 거절할 수 없었음이다.

    특히 마지막에 자신의 생명보다도 이러한 광주의 동료애와 정의로움을 부정하는 '폭도'라는 말에 죽임을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 점도 많다. 영화가 개봉하기전에 홍보할 때부터 눈에 띄였던 '1천만 관객'의 목표를 볼 때 몇가지 든 생각이 있다. 하나는 광주를 소재로 한 이 영화가 과연 1천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동시에 다른 한편 든 생각은 정말 우리나라 1천만명 사람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실제의 역사보다는 좀 더 감상적이고 그 잔인했던 폭력에 있어서도 실제적이지 않다.

    그저 평범했던 도민들이 왜 그렇게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목숨을 걸고 거리로 뛰쳐나왔는지에 대한 공수부대로 상징되는 신군부의 폭압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것이 혹 단순히 관람불가를 몇세 낮추기 위했던 것이었다면 유감일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주인공 외에 적극적인 도청 사수파 들 외에 피의 10일을 견뎌내었던 일반 시민들의 참여에 대한 부분을 거의 영화 속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안성기라는 '장군'의 이미지 때문에 그 모든 것이 환원되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혼돈의 와중에서 10일동안 약탈이나 방화 등의 범죄가 없었던 광주와 시위대와 시민군을 위해 먹을 거리와 의약품 등을 나눠주던 모습들이야 말로 진정한 광주의 모습이자 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부분이 없는 광주는 21일 새벽에 불꺼진 어두운 광주 거리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시민들을 독려하던 이요원의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고립되거나 외면당하는 듯한 장면은 조금은 심하게 말하자면 왜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평론가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광주를 아쉬운대로 보여주었을 뿐 광주를 충분히 해석하진 못했다. 80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무엇인지를 영화적 의미로 표현하는데는 실패하거나 방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를 대중적인 잣대로 표현해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아마 기대가 컸고, 애정이 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아쉬움일 것이다. 그렇지만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영화는 5.18을 8.15와 헷갈려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의미가 있는 영화여서는 안된다.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독재에 항거했던 80년 오월의 광주에 대한 분노와 애도 그리고 희망을 마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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