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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치 (タッチ: Touch, 2005)
    영화이야기 2007. 7. 25. 14:46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가 영화로 나왔다.
    2년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2005년에 이미 나왔던 영화를 오늘에서야 봤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아마 대부분 나처럼 원작만화를 먼저 보고 이 영화를 고대했거나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했을 것이다. 이 만화를 10년도 훨씬 넘게 한권 한권 사보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으로 만화 전권을 샀던 기억이 난다. (물론 빨간 내복은 빼놓지 않았었다) 만화를 보기보다는 그리기를 더 좋아했던 나는 공교롭게도 가장 좋아하는 만화들이 모두 이 사람의 만화이다.

    '황재'라는 우리 만화가가 무단도용(?)해서 그렸던 5권짜리 <푸른교실>이나 <너와나의 푸른교실>등은 야구와 고교시절 그리고 여름으로 상징되는 내 어린 시절의 강렬한 메세지였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만화들은 아다치의 초기작인 <나인>이었던 것이지만.

    원작은 물론이고 이 영화에는 이미 아는 사람들이 좀 더 엮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이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고, 윤하라는 가수의 노래도 나온다. 이런저런 기분좋은 기대감과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이미 실망할 것을 알고 보는 것은 아마 소설이던, 영화던, 실화던, 원작이라는 것을 이미 섭렵한 사람들이 다른 종류의 매체에서 맞닥들이는 숙명이 아닌가도 싶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원작과 가장 먼저 비교되는 것은 캐스팅이다. 누구나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처럼 소설에서 방금 뚜벅뚜벅 걸어나온 것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필요하다면, 역시 이 영화 <터치>에서도 쌍둥이 주인공들은 아무래도 공감되기 쉽지 않았다. CG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 실제 쌍둥이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귀염성 있는 원작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인 '미나미' 역을 맡은 한혜진을 닮은 배우는 괜찮았던 것 같다. 남자 배우보다 여자배우들의 캐스팅이 훨씬 부담스러웠을 텐데, 이 배우는 그런면에서 적합한 출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원작 만화는 미나미던, 주인공 타쯔야건 헤어스타일만 다르고 똑같이 생겼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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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스무권이 넘어가는 원작만화의 내용이나 디테일을 충분히 살리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감독은 꽤나 충실하게 원작대로 줄거리나 전개를 좇아간다. 이건 조금 넘겨짚어 생각하자면 원작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은 아다치 미쯔루 특유의 여백 넘치는 장면 전환이나, 실소를 금치 못하는 유머러스함이 빠졌다는 것이다. 원작을 잠시 접고 보자면, 이 영화는 단순한 야구 그리고 청춘로맨스물에 지나지 않는다.
    - 그것도 열혈남아가 나오는.

    그런 점에서는 작년에 방영했던 <연애시대>의 연출력이 훨씬 더 가까웠다는 생각이다. 그 팀이 <터치>를 미니시리즈로 한번 더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스포일러에 분개하는 요즘은 이미 원작을 보고난 사람들이 대하는 영화들은 기대가 커서 많이들 실망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원작을 해석하는 또는 원작을 존중하는 새로운 장르들의 창작물을 보자면 공감이 되는 면에서 즐거운 일이긴 하다. 난 아직도 뮤직비디오는 원 음악의 보조물로서가 가당하단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터치>는 역시 <터치였다> 어린시절 만화책장을 넘기면서 느꼈던 야구와 청춘 그리고 여름을 영화에서 어느정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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