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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솔개여
    각종감상문 2007. 7. 10. 11:08
    인터넷이 들어선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뉴스를 보고, 글을 써서 의견을 개진하고 또 동호회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던 PC통신의 얼개를 그대로 이어받아 웹에서도 뉴스나 여러가지 콘텐츠를 읽고, 여러 창구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또 카페나 좀 더 발전한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을 이용해 네트워킹된 환경에서 자기 표출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두드러진 서비스는 단연 '검색'이다. 단순히 초기에 웹이나 메타검색을 지원하던 야후 등의 검색을 할 때 과연 검색이 지금처럼 이렇게 까지 진화하고 발전할 지는 몰랐을 것이다. 요즈음의 검색의 특성을 몇가지로 구분해 보자면

    첫번째로 검색은 이제 돈을 벌어 들인다는 것이다. 오버츄어라는 회사에서 착안된 키워드 매칭 검색은 네이버나 야후 같은 검색 회사에 이윤을 창출해 준다.

    두번째 검색은 이제 미디어다. 단순히 개인의 필요에 따라 결과를 뽑아주던 것에서 이제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검색어를 실시간 검색 등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쏠리게 되는 현상에서 발전하여 이제 이슈를 생산해내고, 온-오프라인 언론사에서 이를 다시 뉴스화 하는 과정들은 이제 뉴스 생성, 즉 미디어 생산 과정에서 흔한 일이 되버렸다.

    세번째 검색은 커뮤니티다. 특히 초기 야후나 현재의 구글 검색과 다른 우리나라의 검색 서비스는 커뮤니티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디비딕에서 본격 시작된 현재의 네이버의 '지식검색'은 그야말로 검색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검색서비스에 어떻게 접목시키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이것은 기존의 카테고리화 된 카페서비스를 좀더 접근하기 쉽고 자유롭게 같은 그리고 여러가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묶어주는 그러한 '비카테고리적인' 커뮤니티인 것이다.

    서론이 꽤나 길었는데 철학에서 소외란 개념이 있다.
    흔히 예로 드는 것이 종교에 대한 것이다. 처음에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던 동-식물에 대한 신앙적 개념들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거대한 종교에서 철학에선 이러한 역전 현상을 소외라고 한다.

    거대한 군집에서 이뤄지는 지식검색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면 말이 될까? 어떤 분은 이렇게 말을 한다. "인터넷은 지식이 아니다, 다만 정보일 뿐이다" 집단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지식검색은 결국 우리를 지식으로 인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이러한 기기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자의 거대한 서버속에 담겨있는 각종 질문과 대답들은 어쩌면 우리의 사고능력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단기기억 상실에 걸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좀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질문과 대답 속에서는 사전을 찾는 것과는 다른 관계가 형성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한 검색의 정보는 질문을 통해 어떤 해답이 무엇인지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디에 있다는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이 된다. 그마저 위치도 굉장히 획일적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단순히 인터페이스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결국 교과서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엔 없지만,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사고가 절실하게 된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도 자신의 소신이 없을 때 얼마나 많은 폐해가 발생하는 가를 생각해 볼때 인터넷의 각종 서비스나 검색을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좀 더 긴장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물론 한두개 회사의 서비스로 독점되어 있는 웹서비스의 구조적 문제가 더 해결해야할 선행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80년대 이태원이 부른 <솔개>의 가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소리 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가득차고

    푸른 하늘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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