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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 2002)
    영화이야기 2007. 6. 5. 22:37
    얼마전부터 아파트에 살게되어 광랜을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서비스가 하나포스여서 뜻하지 않게 하나TV를 2달간 무료로 쓸 수 있게 되었다. 하나TV는 김정은이 선전한대로 내맘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 받고 다운 받은 하드가 들어있는 노트북을 TV에 연결해서 보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로 합쳐버린 듯한 편리함이 돋보였다.

    여튼 거기에 칸 특집이 있었는데 마침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란 영화가 있었고, 평소에 보고싶었던 영화인지라 반가운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마이클 무어의 타큐멘터리로는 전에 <화씨 911>을 극장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다큐는 혼자 TV로 보는 게 더 쾌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된 공간에서의 느낌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내면적인 다큐는 혼자서 마주할 때 그 울림이 더욱 깊다는 경험때문이다. 무어의 다큐멘터리의 좋은 점은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배어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콜럼바인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수많은 학생들을 죽인 사건을 추적하는 그의 카메라는 그 현장의 참혹함이나 자극적인 영상 등을 좇지 않는다. 그는 진실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된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더욱 존경할만 한 점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 추론을 뒷받침할 논거들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무어는 쉽게 그것을 '시스템'이니 '미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고 못박지 아니한다. 정말 평범한 시민들과 그 현장을 찾아가며 탑을 쌓듯이 인터뷰와 생각들을 정리해나간다. <볼링 포 콜럼바인>의 경우 제목만을 보고 당연히 미국 총기 허용의 문제점이구나, 여기에 덧붙여 미국 총기협회라는 자본의 로비 정도를 다루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다큐는 훨씬 더 심도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각지 못한 놀라운 전개를 경험하게 된다. 즉 미국은 총기가 허용된 나라이며 NRA라는 <벤허>의 찰톤 헤스턴이 회장으로 있는 총기협회에서 이데올로기와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총기 체제는 자유라는 미명하에 미국식 시민정신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총기를 불법으로 하는 다른 많은 나라에 비해 미국의 총기 사상자는 1000배이상 월등하다. 결국 총기사고라는 비극의 근본원인은 '총기허용'과 이를 둘러싼 '이권'에 있다고 결론을 내릴만할 즈음 무어는 '공포심'이란 것을 분석하고 일깨워준다.

    그 예로써 같은 총기 허용국가인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미국과는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총기 허용만으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그 차이는 앞서말한 '공포심'을 이용한 기득권 세력의 정책에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 가이드들이 손님들에게 동남아 국가의 치안 문제를 지나치게 위험하게 주지시켜 개인행동을 하지 못하고 가이드의 통제 하에 꼼짝없게 만드는 행위와 유사하다. 아이러니 한건 그런 설명을 듣고 있는 차 속에서 보이는 창 밖에 다른 외국인들은 밤이던 낮이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

    공포를 이용한 통제는 미디어를 통해 더욱 공고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계획적인 것이 아닐지는 몰라도 이것이 기득권자에게 가져다 주는 효과는 매우 강력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점은 어쩌면 TV에 나오는 뉴스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범죄율은 떨어지고 있는데, TV에 나오는 사건사고 뉴스의 양은 증가하는 모순은 결국 우리를 '공포'라는 올가미에 더욱 죄어들게 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의 기준보다도 대부분 사회적 기준을 중시하게 된다. 흑인이나 히스페닉을 공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주입시키고 서로를 경계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미국과 이에 비해 비교적 차별이 적으며 대도시에서도 대문을 열어놓고 다닐 수 있는 캐나다의 차이는 분명히 그 지점에 있다.

    나 역시도 현관문에 자물쇠 3개를 채워야 마음 속으로 안심하게 된다. 이것이 얼마나 불행하고 어리석게도 자신을 가두는 행위임을 깨닫게 될 때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세계관이 어떤 것일지 분명해진다.

    무어에게 감사하며 곧 개봉할 그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식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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