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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짜 (The War Of Flower, 2006)
    영화이야기 2007. 2. 26. 10:02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재미있다. 별들의 전쟁처럼 꽃의 전쟁이라.. 일찍이 <범죄의 재구성>에서 수많은 쟁쟁한 배우들을 모두 모아놓고서도 <오션스 일레븐>처럼 멋지게 배우들을 모두 적절하게 배치하여 성공한 감독 최동훈은 이번 영화 <타짜>에서도 <오션스 트웰브>처럼 실패하지 아니하고 멋지게 다시 한번 무대를 꾸며준다. 그것도 꽃의 전쟁이라는 화투짝에 얽힌 악인이 너무 많았던 각박하고 잔인한 범죄 속에서..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상호, 김윤석, 이수경, 김정란 그리고 카메오로 등장한 작가 허영만까지.. 한마디로 대단하다. 특히 김혜수의 농익은 악녀 연기는 솔직히 김혜수가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처음 갖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큰 눈에 아기 같은 목소리만 기억되거나, <장희빈>에서 방향성을 잃었던 고래고래 악쓰던 모습에서 이제 경륜 있는 한 배우의 재탄생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다.

    유해진의 연기는 항상 기대한 바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면 김상호의 연기는 대단했다. 하수 타짜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리얼리티와 주연들의 실력을 대비시키는 중요한 배역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평경장 역을 맡은 백윤식. 전작들보다 역할이나 이북 사투리가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도 타짜 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줘서 주인공 고니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드는 배경이 되어 주었다.

    이 영화의 미덕은 결국 모두 실패하고 만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개중 유일하게 멀쩡하게 살아남은 고니 역시도 판돈을 모두 바람결에 날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 지옥 같은 화투판에서 몸과 마음 멀쩡히 게다가 스승의 복수까지 멋지게 해냈으니 결국 고니 역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임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영화는 어떻게 보자면 평경장을 중심으로 한 조승우-유해진-너구리로 이어지는 의리 있는 라인이 그 외에 자본과 폭력으로 점철된 의리 없는 집단에 대해 승리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관객들은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로 도박판에 이런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나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타짜 편>을 보면 도박판으로 유인하는 설계사들은 대부분 십년지기 죽마고우들이 태반이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영화는 제목처럼 낭만적이다. 어차피 원작에서 미뤄보듯이 다큐멘터리나 냉엄한 비극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존무상> 같은 전성기의 홍콩영화를 보는 듯하기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포커 패는 알아도 화투패의 숫자를 알지를 못해서 좀 답답했었다. 아마 주인공 고니는 화투 패 숫자를 몰랐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엔딩에 전화를 걸기 위해 수화기를 들던 고니가 다른 설계사나 브로커가 아닌 사랑하는 여인 화란에게 전화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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