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싸움의 기술 (The Art Of Fighting, 2005)
    영화이야기 2007. 2. 21. 13:59

    인생에 부침이 있어서 부모에 대한 애착이 적다거나 혹은 버림을 받았다 할 때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스승과의 관계를 다룬 영화나 반대로 부모의 복수를 다짐한다거나 하는 주인공들에게 강력한 무술을 전수하는 영화들은 앞서 많이 있어왔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성룡과 소화자, <베스트 키드>의 랄프마치오와 팻모리타 등이 그래 왔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 역시 단순히 무술과 기술만을 가르쳤다기 보다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선생님의 역할이었고 이를 통해 제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해나가고 결국 인생을 긍정하게 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인의 향기>랄까, <굿 윌 헌팅>,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이 그런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위의 예가 소위 멘토의 역할이었다면, 단순히 선의의 사고관을 벗어나게 되면 반면교사의 스승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한니발 렉터가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에서 자신을 위하는 마음만은 확실한 렉터에 대해 스탕달이 느끼기에 그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악마의 화신같은 사람을 몇수십명이나 죽인 희대의 살인마 한니발 렉터와의 특별한 관계가 <양들의 침묵>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어쨌든 위의 예를 들어 상투적인 이야기이거나, 혹은 클리셰라고 표현할 수 있는 관계설정과 성장영화로써 <싸움의 기술>역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평은 오만과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 이유는 현실감있는 현재의 한국이라는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는 점과 백윤식이 나온다는 점 때문이다.

    핵가족을 넘어 가족간의 공동체적 사회관계마저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도 가족이 단순한 혈연적 의미에서 사회적, 감정적 친밀도의 관계로 확대 변화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가 공고해지면서 계급의 분화가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고, 이는 학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어쩌면 이런 계급적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힘에 대한 의존이 학원폭력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윤식이 연기한 오판수라는 인물은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아이가 원하는 바를 아이의 관점에서 가식없이 채워줄 수 있으며, 단순히 보이는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과 규정을 깰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주고 독려한다. 이런 관계는 오판수에겐 결코 합리적인 교환 관계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신을 열고, 그리고 그가 올바로 성장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그것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선 오래전부터 내려온 소중한 미덕인 '보람'을 느낄 수 있음에 족하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