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니발 라이징 - 토머스 해리스
    독후감 2007. 2. 19. 23:57
    <양들의 침묵>에서 주인공인 조디 포스터보다 강렬했던 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출생과 어린시절을 다룬 소설 <한니발 라이징>이 출판되어 읽어보았다. 결과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다. 양장본에 조금 작은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큰 글씨처럼 소설은 새로울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증정본으로 같이 딸려온 <양들의 침묵>이 더 반가웠다고 할까.

    <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 그리고 <한니발>에서 미스테리하고 신비롭기까지 했던 뛰어난 의학지식과 예술적 교양까지 갖춘 연쇄 그리고 식육의 살인마였던 한니발 렉터가 처음으로 단독주연이 되었지만, 지금은 어느 곳인가에서 사랑하는 스탈링과 인육의 만찬을 즐기고 있을 그의 이야기는 평범했으며, 오히려 토머스 해리스가 아닌 다른 작가가 쓴 외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어린 한니발이 2차세계 대전의 상혼으로 동생을 잃고 그로인해 정신적인 충격으로 동생을 살해했던 자들을 찾아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무표정한 기억의 궁전과 사람을 살해할 때 맥박이 72였다는 것 외에는 그동안의 토머스 해리스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소설을 읽고 있는 것처럼 살인자의 엽기적인 환상, 그리고 밝혀지는 그들의 고통, 치열한 두뇌싸움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든 뛰어난 지적 능력과 예술적 소양을 지닌 렉터 박사가 희대의 살인마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전쟁의 상흔에서 빚어진 일이였고, 다분히 명분이 뚜렷했던 결과였다면 그 후에 소설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결국 트라우마로 인한 중독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란 말인데, 예상은 했지만 장문의 소설로 베일을 벗기고 나니 오히려 렉터 박사에겐 실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소설에서는 한니발이란 믿기지 않을 만큼 비상한 지적능력의 소유자가 견디기 힘든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변화되는 모습을 그려감에 따라 결국 그에게 일종의 도덕적 혹은 인간적 개연성을 부각하고자 하는 것 같다. 조금은 그럴 여지도 있겠으나 어쨌든 한니발이 스탈링에게 셜록 홈즈와 같은 멘토가 아닌 바에는 감옥에서도 의료진이 방심한 틈을 타 간호사의 턱을 부수고 그 혀를 씹어먹었던 그에겐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동생의 복수를 모두 이루지 않았는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에 나타난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양대 적국인 독일과 일본에 대한 느낌의 차이가 논란이 될 것 같다. 독일이 자행했던 유럽의 전쟁 속에서 독일군과 우리나라 친일파에 비견될만한 독일 부역자들에 대한 추상같은 비판에 비해 레이디 무라사키와 원폭으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로 표현되는 일본에 대한 표현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괜히 확대해석하고 싶진 않지만 전쟁과 일본의 문화는 별개일 수 있지만 전쟁 가해자인 일본에 의해 동양에서도 제 2의 한니발이 나타날 수 도 있었음을 생각해 볼 때 렉터의 신비감을 동양의 신비감으로 덧씌우려했던 것이 오히려 모든 신비감이 사라져버리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한니발 라이징 - 6점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창해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