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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정원 (The Old Garden, 2007)
    영화이야기 2007. 2. 13. 16:55
    이 영화의 오픈 크레딧에서 염정아라는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그 다음이 지진희이다. 이것은 단순히 배우의 인지도를 나타낸다기보다는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80년대 광주항쟁의 현장에서 총을 들고 있었던 오현우는 당시 서슬퍼런 5공화국에서 도피 중이었다가 자신을 숨겨줄 한윤희라는 사람을 만나 갈뫼라는 시골마을에서 반년동안 같이 지내게 된다. 낙원같던 그곳에서, 그리고 사치스럽기만 했던 사랑에서 벗어나 서울로 올라갔던 오현우는 결국 검거되고 17년동안 수감되게 된다. 이 17년여년 동안의 사랑과 그리움과 그리고 쓸쓸했던 한 여인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 바로 <오래된 정원>의 이야기이다.

    광주, 애학투, 위장취업, 분신 등등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기억과 설명이 편린처럼 스쳐지나가기만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영화의 관점은 오현우가 아니다. (아직 황석영의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앞서 말했듯이 한윤희라는 사람이 바라본 80년대와 그후의 삶 그리고 사랑이 이 영화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히 밝히는 남자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위장취업자인 어린 여학생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프게 눈물흘릴 수 있으며, 교조적인 학생운동의 선도보다 후배의 장래를 생각해 줄 수 있는 그리고 그들과 같이 가지는 않더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여자, 바로 한윤희가 바라 본 80년대의 후일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윤희는 투사의 눈이 아니라 사랑하는 오현우의 눈을 통해 광주를 바라보고,별을 바라보고 또 그가 수감된 이후에는 그의 눈을 통해 후배를 보듬고, 또 두 사람의 아이를 키워내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단편적이긴하나 당당하게.

    그렇지만 그 시대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 아쉬움이 <꽃잎>이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때처럼 남지만 또 그와는 다른 아직도 눈에 선한 지진희의 넉넉한 웃음, 염정아의 씩씩함을 볼 수 있었던 능동적인 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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