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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g (...ing [아이엔지], 2003)
    영화이야기 2007. 2. 6. 10:10

    <ing>는 이 영화의 메인카피처럼 죽어가는 소녀의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들'을 그린 영화이다. 대사가 많지 않고 영화 내내 임수정은 가만가만 읊조리는 듯한 말투다. 그런 분위기로 햇살은 눈부시고 배경들도 아름답고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순정만화풍의 일러스트처럼 이쁘다.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의 각본을 썼던 감독은 이 영화에선 배두나나, 이요원처럼 사회와 도시에 공명하는 그런 실험적인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감성을 가지고 <ing>에선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기로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많이 아름답고 슬프게 느꼈는데, 시한부 인생의 소녀의 삶도 그러했지만,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또 그 아픔을 좋은 추억으로 승화시키려는 엄마 '미숙'의 배려와 깊은 모성애에 더욱 그러했다.

    감독이 임수정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임수정이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것 같다. 임수정은 <장화 홍련>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속에선 우연인듯 아니면 행운인듯 영상미와 감성이 많은 그런 작품들을 만나는 것 같다. 덜렁덜렁하지만 마음 약하고 은근히 사랑을 표현하는 역할로는 <어린 신부>, <내사랑 팥쥐>,<옥탑방 고양이> 그대로 이 영화에 출연한 김래원이 나왔다. 너무나 천편일률이라 가끔 식상할 때도 있지만 김래원 나름대로의 연기선이라 느낌은 괜찮은 것같기도 하다.

    죽음으로도 딸과 연인을 향하는 마음이 멈출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이라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슬플 수 밖에 없지만, 비오는 날 임수정의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노란 우비를 입고 교통 수신호를 하면서 하염없이 서럽게 울고 있던 그 아저씨는 아마도 그 횡단보도에서 자신의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을 것이다. 딸을 잃은 마음을 그리고 그 그리움을 향하는 사랑은 다른 딸들의 안전을 위해 아름답게 <현재 진행형>이다.

    이 처럼 철없기만 할 거라 여겼던 딸 민아가 엄마 미숙의 일기장에 남긴 배려와 사랑, 그리고 장난처럼 돈을 벌 목적으로 민아에게 접근했던 영재는 민아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자신도 그러했음을 아는 그런 아름다운 변화가 감동을 준다. 그러므로 이 둘은 아직도 민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ing>이며 더불어 다른 세상의 모든 딸들과 연인에게도 긍정적인 그런 마음까지도 <현재 진행중>일 것이며 이것이 민아가 세상에 남긴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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