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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궁 사건을 통해 짚어봐야 할 것.
    정경사 2007. 1. 18. 13:03

    자신의 재임용탈락의 부당함에 대한 항소심에서 기각을 했던 판사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전 성대교수의 사건이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정신병자, 학자적 양심 그리고 법원의 군색한 변명

    처음에는 단순히 석궁으로 사람을, 그것도 현직 부장판사를 쏘았다는 뉴스에 대부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의 살인미수 사건인가보다 하고 느꼈을 거다. 게다가 교수라는 사람이 그것도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라 하니 정말 막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법기관들의 생각은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결국 '살인미수'라고 기소를 하고 구속수감을 한 상태다.

    시간이 지나자 김명호 씨가 12년동안이나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부당함을 밝히고자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그것도 다른 일도 아니고, 대학입시 본고사에서 잘못된 문제에 대한 지적을 했다는 이유였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 대학, 사학계의 모순과 비리를 잘 알고 있는 여론은 결국 김명호 씨의 입장에서는 '학자적 양심'에 따라 했던 자신의 행위가 인정받지 못하고 그 오랜세월 벌어진 이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 대해 분노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확대되었다.

    어제는 이례적으로 김 전 교수의 주심을 맡았던 또 다른 판사가 판결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공보관을 통해 밝혔다. 즉 김 전 교수의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자질은 재판부에서도 모두 인정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각된 이유는 바로 '교육자적 자질'의 부족 때문이었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 판결전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언론에서 본 그 자질 부족의 이유가 기가막히다.

    김 전 교수가 수업 중에 밖에서 시위하는 학생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과 자신이 학장이 되면 동아리를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이정도의 발언으로 임용이 안되었다면, 아마 (비록 내 개인의 경험이지만) 똑같은 잣대로 한국대학에서 교수직에서 물러날 사람 여럿일 것이다. 이것이 성대에서  밝힌 - 그리고 재판부가 판단기준으로 삼은 - 재임용 탈락에 있어서 교육자적 자질 부족이라는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그에 앞서 그러한 재임용을 탈락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놓고 짜맞추기위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다. 실제로 탈락의 중대한 사유는 본고사 오류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즉 교수회 권위에 대한 도전에 괘씸죄가 작용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죄를 미워하고 사람도 미워하되, 그 이유는 존중해야


    사람과 사람에 있어서 폭력과 살인은 어떠한 이유에서던 처벌해야할 범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론도 김 전 교수를 무조건 사면하라는 것은 아니며 그의 폭력의 부당함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그가 겪었을 고통과 억울함이 나타내는 병폐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그저 개인과 개인, 그 관계에서의 원한, 복수 등으로 좁게 생각하면 안된다. 최근 몇몇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일제히 사설을 통해 석궁을 쏜 범죄 행위 자체에만 주목하는 논조를 내고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범죄자를 수감하는 교도소에서도 단순히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교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모든 이에게 외면받는 범죄자에게도 범죄를 구성에 영향을 주는 사회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것이 가정폭력이던, 가난때문이던 그 인과관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선 대부분 사회와 강하게 연결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교화를 주장하는 것일 것이다.

    '정의봉'이란 뭉둥이로 백범의 암살자인 안두희를 때려죽인 박기서 씨,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에 총탄을 날렸던 김재규, 일개 병사로서 광주에서 시민에게 진압봉을 휘둘렀던 진압군...등 경우는 다르지만 이 사람들을 평가할 때 단순히 행위만을 떼어내 폭력범, 살인자, 학살군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왜곡일 뿐더러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무시하는 단편적이고 위험한 시선일 것이다.

    또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몇년동안 허비하면서 아무리 법에 억울함을 호소하여도 불의가 바로잡히지 않는 그 비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지강헌은 탈옥을 감행했을 지도 모르며 그래서 선량하고 성실했던, 그저 열심히 일만 했던 노동자 열사 전태일이 결국에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던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대학교 그리고 사학의 고질적인 병폐와 학계의 권위주의 그리고 사법부의 기득권 수호 행위를 바로잡는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것을 그저 개인의 치기어린 범죄로만 치부해버린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석궁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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