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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만나러 갑니다 (Be With You, 2004)
    영화이야기 2006. 12. 18. 21:55
    내가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영화는 정말 사랑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오프닝 씬에서 한 청년이 받게 되는 케익의 의미를 알고 보면 정말 사랑하는 연인인 엄마 아빠 사이에 태어난 이 청년의 존재 자체야 말로 세상에 볼 수 없는 그런 이상향인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과 영화는 여러가지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 여름의 밤의 꿈'과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상향은 누구나 꿈꾸는 그런 환상의 세계를 선사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특유의 만화와 같은 소소하고 아기자기함과 동화 속 요정 이야기 같은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영화는 건장하게 자라난 청년이 어느 비오는 어린 시절 꿈인듯 현실인듯 아득하게 회상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1년전에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 엄마는 비가오면 돌아온다는 약속대로 그 비속에서 다시 살아온다.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었던 부자는 장마기간 동안 이 꿈같은 경험을 하게 되고, 여기서 다시 연애, 결혼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아빠는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유난히 길었던 하지만 하루하루가 천년같이 소중했던 이 가족에게 먹구름이 개이고 여름이 시작되려 할 때 엄마는 다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아빠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의 일기를 통해 바라본 이 가족의 사랑은 또 다른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너무나 확실한 사랑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삶이 끝날 것을 알고 자신앞에 소중하게 다가오는 사랑을 접는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가득한 영화였다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8년의 생애를 알면서도 사랑을 이루러 가는 이야기이다. 어떻게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미오가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는 또 다른 삶인 아들 '유우지' 때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죽음 뿐이지만 그 죽음까지  자신의 사랑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미오의 선택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선택이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인격체인 '유우지' 를 한없이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족애 그리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위대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가족을 이어주는 뒷모습

    영화의 배경이 되는 숲 속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감수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들의 그리움에서 눈물이 나고, 이들의 헤어짐에서도 눈물이 난다. <식스센스>의 반전처럼 소름이 돋는다기 보다는 미오의 일기장을 볼때면  '세상에..아무리 영화지만 이런 일이 다 있구나..' 하는 경악스러운 감정마저 인다.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독특하다. 아마 그래서 더 감동적인지도 모른다. 이 독특한 구조 때문에 미오의 등장은 <터미네이터>의 부드러운 귀환 같은 느낌도 들고, 고교생들의 풋풋한 사랑은 <러브레터>의 감수성이 떠오른다. 비오는 날 우산을 든 모습은 <4월이야기>의 그 비가 연상이 되고 계란 후라이를 부치는 법을 가르치던 장면에선 다시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회상이라는 점에서 액자식 구성(?)이 나오기도 하고, 1인칭 시점이 상대방에 따라 다르게 설명해주는 교차형식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비오는 창밖을 내려다 보던 세 가족의 뒷모습 - 아빠와 아들과 그리고 브라운관 속의 엄마 - 처럼 형식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 세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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