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
    각종감상문 2006. 12. 7. 23:29

    언제나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표정의 김정은이 나오는 드라마 <연인>을 우연히 보았다. 드라마 중간에 건설회사 이사인 장항선이 이서진을 데리고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너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하는지 아냐?"
    "모르겠는데요(아마 짜증난다는 말투였을 것이다)"
    "그럼, 만드는게 아니라 짓는게 뭐가 있냐?"
    "(역시 또 초등학생 대하냐는 듯한 뚜한 표정으로) 밥이요"
    "(맘 좋게 웃으면서) 그래, 맞다. 그냥 만드는게 아니라 정성을 들일 때는 '짓는다'고 한다. 그래서 밥이나 시나 집은 만드는게 아니라 짓는다고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위와 같은 대사였다. 머리에 쏙 들어오는 좋은 말이었다. 드라마가 너무 과도하게 설명위주로 가면 계몽적이 되서 따분할 때도 있지만 상황과 등장인물에 따라서 이런 식으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짓다라는 말이 머리 속에 맴돌아 사전을 찾아보았다.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약을 만들다.
    -논밭을 다루어 농사를 하다.

    -한데 모여 줄이나 대열 따위를 이루다.
    -어떤 표정이나 태도 따위를 얼굴이나 몸에 나타내다.



    정말 농사를 짓는다는 말에서 고개가 끄덕였다. 마치 이 말에서 파생되었듯이 정성을 다해 만들고 이루는 것들에 대해 '짓는다'는 말을 많이 쓰나보다. 그래서 독짓는 노인이란 소설이 나왔나 보다.  다시 한번 우리 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젖어들면서 다른 설명을 보다보니 아래와 같은 의미가 눈에 띄었다.

    -거짓으로 꾸미다.
    -죄를 저지르다.


    따뜻한 뜻에 더불어 이런 뜻까지 내포하고 있다니 색다른 감흥이 들었다.
    거짓과 죄를 지을 때도 정성을 다한다는 것인가? 아마 그건 아닌 것 같다. 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흉기가 될 수 있듯이 그 쓰임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로 변화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짓다'의 뜻을 천천히 헤아려 보다 문득 '짓다'는 '살다'와 비슷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살기위해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약을 짓고, 때에 따라 죄를 짓기도 하는 것은 아닐까?

    전에 가끔 했던 장난 비슷한 버릇이 어떤 단어라도 그 단어를 스무번 넘게 소리를 내어 읖조리다 보면 그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짓다도 어찌보면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그렇게 변화하는 삶의 어떤 면을 나타내주는 그런 단어가 아닌가 싶어진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