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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름만 끊기나? 뇌도 쪼그라진다.
    정경사 2006. 11. 27. 15:33
    지난 토요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았다. 이번 주제는 술을 마시고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 즉 알코올성 기억상실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 역시도 술을 마시지만 아직까지는 필름이 끊어졌던 기억은 딱 한번이었다. 20대 후반이었나 신림동 횟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을 한 여섯잔 째 먹을 때쯤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 방이었다. 그리고도 간밤에 술을 마셨었는지도 잊어먹은 채 아침을 먹다가 불현듯 어제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이 기억이 났었다. 술 먹고 취해서 잠을 잔 것도 아니었고, 나중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계속 술을 마셨었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집에 바래다준 친구가 곤란하게도 길거리에 앉아서 오바이트도 하고 그랬다는 거였다.

    친구들은 별일 없었다고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전혀 기억못하는 그 몇시간의 행동은 정말 기억상실이었고 그로인해 정말 어느정도 공포심에 일어날 정도였다. 그 후론 다시 필름이 끊기는 일은 다행히 없었지만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조금 실소를 하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소위 블랙아웃이라는 알코올성 기억상실증은 술이 기억을 관장하는 뇌 속의 '해마'를 마비시키는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해마'라면 일전에 읽었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에서 소개된 해마를 통째로 잃어버린 헨리라는 한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1953년 스코필 박사는 평소 간질병 소견을 보이는 헨리라는 환자의 뇌를 열어 해마를 통째로 잘라버리는 뇌엽절제술을 행하였다. 당시 해마는 두뇌에서 맹장처럼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 수술을 통해 해마를 통째로 드러낸 후 헨리는 5분만 있으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정말 <메멘토>라는 영화처럼 되어버렸다.

    해마는 단기기억을 관장하고 이 기억을 대뇌로 옮겨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술은 이런 해마의 기능을 마비시켜서 결국 기억상실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폭음은 뇌의 크기를 수축시킨다. 실제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의 두뇌를 스캔한 결과 정말 뇌가 쪼그라져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뇌가 다시 팽창해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데는 6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필름이 끊기는 것은 뇌가 자신에게 술을 그만마시라는 신호인 것이다. 필름이 끊기는 상태를 지나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해 뇌의 기능을 떨어뜨릴 경우 결국 술을 마시지 않은 평상시에도 사람의 기억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가 왜 방의 문을 열고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린다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더라도 현저히 기억을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기억력 장애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내 자신이 건망증이나 기억력이 약해진 것이 단순히 학습능력에 의한 것으로만 생각을 했었다. 즉 소위 '디지털 치매'라는 의존적 기억법이라던가, 혹은 나이를 먹어서, 외부적인 효과로는 담배때문으로만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술에 의해서 뇌가 쪼그라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착찹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외에도 우리사회 특유의 음주문화 등도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지만, 어쨌거나 친구들과 술을 즐겁게 마시는 일은 참 유쾌한 일이지만, 적어도 쪼그라진 뇌가 펴질 수 있는 시간만큼은 쉬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달력을 보면서 다가오는 12월 연말의 각종 행사들과 또 벌어질 술자리를 떠올려보면 다시 쪼그라질 내 뇌를 어찌하리오.

    끊어진 필름의 공포 - 알코올성 기억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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