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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생활의 모험 - 오에 겐자부로
    독후감 2006. 11. 21. 18:08

    나는 다른 호모 사피엔스와 구성이 전혀 다른 품종이 되고 싶어. -사이키 사이키치

    ebs 지식채널e에서 알게된 일본의 두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이다. 요즘 신간으로 나온 <체인지 링>보다는 노벨상 수상 작품인 <만연원년의 풋볼>을 읽고 싶었지만 신간이나 헌책방을 뒤져봐도 그 책은 없었다. 그래서 산 책이 <개인적 체험>과 이 <일상생활의 모험>이다.

    이 소설은 설록홈즈의 와트슨의 기록처럼 1인칭 시점이란 점에서 같지만, 대부분 사실에 기초했다라는 점과 주인공인 사이키치는 설록홈즈라기보단 루팡처럼 기괴한 성품을 지녔다는 점에서 틀리다.

    사실 주인공의 서술에서도 어느정도 느껴지긴 하지만 사이키치는 좋게 말하면 비범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나약하고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특히 소설 곳곳에 나오는 모럴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는 모럴을 지향하고 실제 행동을 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사람인 것이다. 심지어 이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도 사이키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왜 그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느냐는 항의성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나 역시 이런 사이키치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소설은 흔히 거짓말을 잘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사이키치라는 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굵은 선을 지니고 우리앞에 나타나게 된것은 작가의 애정에 기인한다. 기획되거나 연출된 소설 속의 캐릭터가 아닌 살아숨쉬는 한 인간에 대한 특히 자신은 하지못했던 열정, 그리고 모래를 진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닌 작가에 탁월함이 빚어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모호한 줄타기를 하는 작가의 시선이 더해져 있다.

    모럴이라는 것은 도덕이 아니고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써 인간은 왜 사는가에 대한 명상아래 성욕, 용기, 성실, 연민 등의 말이 뜻하는 참다운 의미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사이키치가 과연 모럴을 추구했는지, 실제 행동으로 비춰보면 의심스럽지만, 오히려 그의 인간적 매력을 관찰하고 있는 주인공에 의해서만 그는 생동감있고 매력적이고 연민을 일으키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오에와 사이키치는 친구다. 자신은 하지못하는 자유분방함과 거침없는 언변과 충동적인 행동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할 수도 어여삐 여길 수도 없지만, 소설에서처럼 19세기 고전소설에 나옴직한 말을 구사하고 젊음이 시키는대로 도둑질과 섹스와 결혼을 거침없이 그것도 자기 나름대로 명상과 인간본연에 대한 추구를 통한 확신있는 행위라면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일상의 지루함에 처해있는 작가에게는 큰 영감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키치가 작가에게 준 의미는 여러가지이다. 그 중에 하나는 '자기 기만없는 글을 쓰라'는 당부(혹은 명령)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죽음이다. 이러한 죽음을 통해 친구는 전설이 되었다. 다음과 같은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글 중 한 글귀처럼.


    죽은 자를 죽었다고 생각지 말라
    살아 있는 자가 있는 한
    죽은 자는 살리라 죽은 자는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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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의 모험 - 10점
    오에 겐자부로 지음/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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